[박은몽 작가 특별연재-2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4/26 [09:54]

[박은몽 작가 특별연재-2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입력 : 2019/04/26 [09:54]

 젊은 피는 세월을 기다리지 않는다

 

스무 살 조조는 무서운 게 없었다. 학문이면 학문, 시문이면 시문, 무예면 무예,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잘나서 천재 기질이 다분한 그는 혈기 왕성했고 꿈도 컸다. 다만 그 꿈을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게 딱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썩어 빠진, 그래서 공정한 평가나 스펙 쌓기가 불가능해 보이는 사회였다. 벼슬을 사고파는 등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나라의 기운은 시들고 조정의 기강은 문란해졌고 황제는 권위를 잃었다.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대쪽 같은 기질을 지닌 조조는 자신의 길을 어떻게 모색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완벽한 조조를 한 귀퉁이로 기죽게 만드는 '가문'이었다. 유씨가 세운 한나라에서 조조는 유씨가 아니었으니 당연히 황족이 아니었다. 그런데다 조조는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환관의 가문 후손이었다.
조조의 아버지 조숭이 자식을 낳을 수 없는 환관인 조등의 양자로 들어감으로써 조조 역시 환관의 자손이 되었다. 이후 조조에게는 환관의 자식이라는 꼬리표가 내내 따라다녔다. 이는 조조의 가장 큰 콤플렉스였다. 당시 환관들은 황제의 환심을 사서 정사를 주물러 댔고 그들의 부정부패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사대부들은 그에 대해 반발을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의식 있는 식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한나라가 유 씨의 나라가 아니라 불알 빠진 내시들의 나라가 되었다"고 한탄했다. 그런데 조조가 바로 그 환관의 자손이었던 것이다. 완벽한 성공, 완벽한 영웅을 꿈꾸는 조조에게는 처음부터 흠이 있었던 셈이다. 세상은 환관의 자손을 탁류라 하였고, 사대부 등의 고귀한 부류를 청류라고 불렀다. 조조는 '탁류'였다.
그러나 그런 콤플렉스에도 불구하고 탁류 조조는 성공을 꿈꾸었다. 세상을 호령하고 싶었고, 기죽어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휘둘리며 살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기생해서 힘을 얻기보다는 자신의 힘과 능력으로 세상을 차지하고 싶었던 조조는 끊임없이 기회를 모색했다. 조조는 자신의 명석한 두뇌로 세상일을 헤쳐나가는 지혜를 일찌감치 파악했고, 가만히 앉아서 기회를 기다리기보다는 자신을 드러낼 '기회'들을 절묘하게 만들어냈다. 그 결과 2세기 전후하여 중국 대륙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인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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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도 튀는 열혈남아, 조조
조조관상 曹操觀相


젊은 시절의 조조는 방탕하고 제멋대로였다. 벼슬길에 들어서서는 타협을 몰라 오히려 적을 만들었다. 장래에 대해 고민하던 조조는 자신의 관상을 보러 인물 감별가를 찾아갔는데 '치세능신 난세간웅'이라는 평을 들었다. '간웅'은 평생토록 조조의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조조. 자는 맹덕(孟德)이고 초현(譙縣) 출신이었다. 십 대 시절의 조조는 방탕하기도 하고 재기발랄하기도 했다.
"한때는 병서에 미치고, 무예에 미치고 시에 미치기도 했다. 여자에 빠지기도 하고, 춤과 풍류에, 또 사냥만 하며 지내기도 했다. 한시라도 무언가에 미치지 않고서는 공허해서 견딜 수가 없었지. 세상을 바라보면 한숨만 나오는데, 내 안의 이 뜨거운 불길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일까?"
이렇게 방황하던 십 대 시절을 마무리하고 처음 낙양의 북부도위에 임명되어 벼슬길에 들어선 조조는 여느 초짜 관리와는 달랐다. 대궐문 지키는 일 하나에서도 조조의 불같은 기개가 드러났다. 조조는 북부도위를 맡자마자 도성의 야간 통행을 금지시켰다. 아랫사람들은 조조의 조치를 무시했다.
"황족이나 환관 나리들의 출입을 어떻게 막습니까?"
조조는 엄중하게 말했다.
"위반 시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처벌할 것이다."
바로 몇 달 후 세도가인 건석대감이라는 자의 아재비가 성문 앞에 다다랐다. 조조의 명에 따라 야간 통행을 금지하자 시비가 붙었다.
"이 놈, 내가 누군지 모르느냐?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중상시 건석이 바로 내 조카란 말이다."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고 조조 북도위님의 지시를 받았습니다."
"조조란 풋내기를 어서 데려와라."
조조가 나타나자 건석대감의 아재비는 더욱 호통을 쳤지만 조조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이 자를 묶어라! 그리고 곤장 백 대를 쳐라!"
"헉! 곤장 백 대라니. 조조 나리…내가 건석대감 아재비인데… 좀 봐주시오."
건석대감의 아재비라는 자는 갑자기 공손해진 목소리로 사정했으나 조조는 다시 말을 이었다.
"국법을 시행하는데 어찌 사사로이 사정을 보아준단 말인가. 어서 쳐라!"
조조가 건석대감의 아재비를 혼내 준 일은 금세 낙양에 퍼져나갔다. 원리원칙대로 한 치의 예외도 인정하지 않는 대쪽 같은 조조의 기질은 오히려 미움을 샀다. 당시 조정에서 권력을 잡고 있던 환관들에 의해 조조는 한직으로 밀려났다가 급기야 삭탈관직까지 당했다. 그는 미련 없이 고향인 초현으로 돌아와 이름 없는 야인으로 유유자적하며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늘 커다란 포부가 도사리고 있었다. 조조의 낙향 시절은 무의미한 세월이 아니었다. 그 시절 조조는 훗날 웅비의 날개가 될 고향 인맥들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다. 3년이 지난 후 조조는 다시 어렵게 벼슬을 얻어 낙양으로 올라왔지만 세상은 여전히 부조리했다. 조조는 황제에게 부정부패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상소를 두 번이나 올렸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왜 뜻대로 되는 일이 없을까? 이대로 흘러가는 대로 바라보기만 해야 한단 말인가? 이 부조리한 세상에서 나의 인생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제대로 커보지도 못하고 눌러앉아야 하는 것일까?"
답답해진 조조는 지인들의 소개를 받아 관상을 잘 보기로 유명한 허자장을 찾아갔다. 그런데 허자장은 조조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리저리 훑어보기만 하더니 눈을 감은 채 입을 다물어 버렸다.
"내 관상이 어떻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오. 죽을상이라도 좋으니 솔직하게 답해 주시오."
한참 말없이 조조를 뜯어보던 허자장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참으로 크게 될 상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당신은 치세에는 능신이 될 상이지만 난세라면 간웅이 될 것이오!"
간웅이라는 말은 유교 사회에서는 꺼리는 상이었다. 황제에 대한 절대 충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던 시대, 간웅이라 한다면 때로 황제를 거역하고 새로운 질서를 도모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조조는 그 말을 듣고 오히려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선생이 그렇게 봐 주시니 싫지는 않습니다!"
"간웅이라 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한 나라 조정에 대한 충성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뜻인데 마음에 드십니까?"
"치세에는 능신이라 하니, 난세를 막아 치세를 이루면 될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조조는 말을 타고 달려오는 길에 생각했다.
"영웅의 길을 타고 났다면, 한나라를 부흥시켜 치세의 능신, 영웅이 되리라!"
400년 전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고 세운 한나라. 그러나 한나라의 기운이 날로 쇠하여 조조의 때에 이르러서는 황실은 부패하고 정치는 뒤흔들리고 백성들의 삶은 도탄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젊은 시절의 조조는 어떻게 해서든지 부패한 조정을 개혁하고 한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려는 충성심과 유교적인 이념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그렇기에 조조는 난세의 간웅보다는 태평성대 시절을 만들어가는 큰 인물이 되고 싶었다. 그는 자신의 능력으로 기울어가는 한나라를 새롭게 변화시켜 나갈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그것은 조조가 불태운 한 황실에 대한 마지막 충성이었다.

 

 

치세능신, 난세간웅
治世能臣 亂世奸雄


인물상을 잘 보기로 이름난 '교현'은 젊은 조조의 상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장차 천하가 어지러울 터인데 세상에 뛰어난 재능을 지닌 이가 아니면 구하지 못할 것이다. 천하를 안정시킬 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조조 바로 그대이리라!"
또 다른 인물 감별가 '허자장(허소)'도 조조의 상을 보고 말했다.
"태평한 시대라면 유능한 충신이 되겠으나 어지러운 시대를 만난다면 간교한 영웅 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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