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몽 작가 특별연재-7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5/14 [11:13]

[박은몽 작가 특별연재-7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입력 : 2019/05/14 [11:13]

 내 꿈의
대의명분을 찾아라!

 

"무엇을 꿈꾸는가?" 보다 "왜 꿈꾸는가?"가 하는 대의명분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정립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비전을 제시하고 많은 사람을 이끌 수 있다. 유비도 마찬가지였다. 유비는 왜 천하를 꿈꾸는가? 유비는 그것에 대해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는 명분이 있었다. "한나라를 중흥시키자!"
황족의 후예로서 한나라 중흥을 외치는 유비의 야망에 대해 그 누구도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많은 사람이 유비의 꿈에 경의를 표했다.
처음엔 조조도 한나라의 중흥을 꿈꾸던 젊은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한나라의 신하로서 정치쇄신에 애썼지만 늘 현실의 벽에 부딪혔고 황제를 위협하는 역적 동탁 암살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동탁을 제거하기 위해 천하의 영웅들을 모아 함께 대응하고자 했지만 저마다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다 분열되고 말았다. 조조는 회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한나라 중흥에 매달리느니 자신만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바로 그 순간부터 조조는 "왜 천하 통일을 꿈꾸는가?" 이에 대해 이렇게 대답하게 되었다.
"난세를 구하기 위해서! 난세는 힘이 있는 자가 살아남는다."
조조의 변은 사람들에게 진정성을 인정받기 힘들었다. 사람들에게 유비의 천하 통일은 '대의'였고, 조조의 천하 통일은 '야심'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조조의 비애가 있었다. 조조가 아무리 기를 써도 유 씨의 나라 한나라에서 한나라를 중흥시키겠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는 유비보다 정통성을 확보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조조는 천재적인 지략과 카리스마로 유비를 압도하며 천하 통일 선두주자로 치고 나갔다.

 

1
세상이 뭐라 해도 나는 나
질주본능 疾走本能


조조는 거침없는 야성과 열정의 소유자였다. 그는 권력과 성공에 대한 갈망이 있었지만 눈앞의 실리를 취하느라 급급하지는 않았다. 그의 눈은 보다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탁 암살에 실패한 조조는 도망자가 되어 고향으로 쉼 없이 말을 달렸다. 가는 곳마다 동탁이 명을 내린 포고령이 붙어 있었다. 동탁의 파발이 앞선 탓이었다. 포고령에는 조조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저자다! 저자를 잡아라!"
천금의 황금에 만호후라는 벼슬자리가 조조의 목에 걸려 있었다. 전쟁과 자연재해로 궁핍한 생활고에 처한 사람들은 모두 조조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었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동탁을 죽이려 한 조조라는 영웅을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다. 바로 '진궁'이었다.
조조는 중모현을 지나다 결국 병사들에게 잡혀 현령에게 끌려가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 중모현의 현령이 바로 진궁이었다. 진궁은 처음에는 이렇게 명했다.
"조조를 내일 동탁 상국에게 압송하리라. 내일까지 저자를 감옥에 가두어라!"
그러나 그날 밤 진궁은 은밀하게 조조를 찾았다.
"그대는 왜 동탁 상국을 죽이려 했는가?"
"내가 동탁을 섬긴 것은 기회를 엿보기 위함이었소. 나라에 해를 끼치는 역적을 제거하고자 했는데 실패했으니 이 또한 하늘의 뜻인가 한탄하오."
"도망자가 되었는데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 생각이었소?"
"동탁을 죽이는 데는 실패했지만 뜻을 굽히지는 않겠소. 고향으로 가 천하 제후들을 모아 공공의 적이자 역적인 동탁을 제거하기 위해 나설 것이오. 오직 그 길만이 한나라가 다시 살아나는 길이기 때문이오."
조조의 말을 듣던 현령은 갑자기 조조에게 절을 하며 말했다.
"조조 공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의인이오. 나 역시 동탁을 원수로 생각하나 참다운 주인을 만나지 못해 이제까지 대사를 도모하지 못한 것뿐이오. 이제 참다운 주인을 만났으니 공을 따라나서 함께 대사를 도모하고 싶소이다."
진궁은 노자로 쓸 약간의 금은을 챙겨 조조를 감옥에서 빼내어 함께 도망 길에 나섰다. 조조가 진정으로 한나라를 구할 영웅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사흘 밤낮을 먹지도 쉬지도 못한 채 달린 두 사람은 성고(成皐) 부근까지 다다라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조조 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은 여백사라는 인물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조! 살아 있었구나. 조정에서 체포령이 내려서 무척 걱정하고 있었네. 자네 아버지는 이미 진류로 몸을 피했어. 어서 들어오게. 여기는 안전해. 내 식솔들은 아무도 자네를 신고하지 않을 걸세."
여백사는 친자식처럼 대했지만 조조는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워낙 큰 상금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식솔을 보내면 신고할 우려가 있기에 여백사는 직접 술을 사러 나갔다. 그런데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밖에서는 하인들이 모여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먼저 꼼짝 못 하도록 묶어야 해. 놓치면 큰일이니 묶어서 죽이도록 하세."
칼 가는 소리도 들렸다. 위기감을 느낀 조조는 선수를 치기 위해 진궁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여백사의 식솔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식솔들이 죽이려던 것은 조조가 아니라 조조에게 대접할 돼지였다. 실수를 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다음이었다. 조조는 진궁과 여백사가 돌아오기 전에 급히 그곳을 떠났다. 그러나 도중에 여백사와 마주쳐 버리고 말았다.
"조카 왜 벌써 가는가? 나하고 술이라도 한잔 하고가야지. 그냥 가면 서운하네 그려."
조조는 사양했지만 여백사가 계속해서 조조를 보내주지 않자 갑자기 여백사를 베어버리고 말았다. 진궁은 기겁을 하고 조조를 노려보았다.
"이미 많은 사람을 실수로 죽였는데 왜 은인인 여백사까지 죽이는가?"
"여백사 백부가 돌아가 식솔들이 모두 죽은 걸 알면 틀림없이 나를 신고하고 말걸세. 그러니 후환을 없애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자기 이익을 위해 살인을 하다니 그것은 크나큰 불의(不義)요."
그러자 조조가 외쳤다.
"나 조조는 내가 세상을 배신할지언정, 세상이 나를 배신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오!"
그것은 결의와도 같이 매서운 것이었다. 조조를 영웅으로 섬기며 따라나섰던 진궁은 차가운 조조의 일면을 보고 결국 그날 밤 조용히 조조를 떠나갔다.
다음날 잠이 깬 조조는 자신을 죽이지도 못하고 떠나간 진궁의 빈자리를 발견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세상의 평가나 체면 따위는 조조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동탁을 죽이려 한 의인도 나 조조고, 여백사를 죽인 살인자도 나의 모습이다. 세상 사람들이 뭐라 한들 상관치 않겠다. 원리 원칙, 인의니 하는 것만으로는 난세에 살아남을 수 없다. 또한 그것으로는 세상을 구하지도 못할 것이다. 나는 이제 순진한 꿈은 버린다!"
조조는 다시 급히 길을 떠났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꿈을 이루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내가 천하를 버릴지언정
천하가 나를 저버리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我寧負天下人
天下人非負我


동탁 암살에 실패한 조조는 여백사의 집에 숨었다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오해를 하고 여백사의 식솔들과 여백사까지 죽이게 되었다. 동행자 진궁이 조조의 거침없는 행동을 비난하자 조조는 "내가 세상을 배신할지언정 세상이 나를 배신하게 하지는 않겠다."며 차가운 결의를 이렇게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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