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몽 작가 특별연재-8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5/17 [09:55]

[박은몽 작가 특별연재-8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입력 : 2019/05/1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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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 원칙과 진심을 내세우다
대의본능大義本能

 

관우, 장비와 의형제를 맺은 유비는 세 사람이 함께할 공동의 꿈을 제시했다. 그것은 한나라 부흥이었고, 시대적인 대의였다. 비전을 제시하고 의형제를 가족과 같이 대하는 유비에게 관우와 장비는 피보다 진한 충성을 결심했다.

"나 조조는 천하에 널리 알린다. 간적 동탁이 어린 황제를 농락하고 충신을 잡아 죽이는 등 나라의 기강을 흔드니 한의 400년 사직과 백성의 원성이 하늘과 땅에 가득하다! 황제의 밀조를 받들고 의병을 일으켜 동탁을 토벌하고자 하니 뜻 있는 자는 동참하라!"
진류 땅에서 군사를 일으킨 조조의 격문이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조조는 아버지 조숭과 재력가의 도움을 받아 군사를 일으켜 각지 군웅들의 힘을 모아 반동탁 연대를 구성하고자 했다.
유비, 장비, 관우 세 형제 역시 그 격문을 보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필부라도 의를 위해서는 나설 것인데 웅비의 뜻을 품은 우리가 이때에 움직이지 않을 수 있겠느냐. 조조를 따라 낙양으로 가자, 가서 동탁을 토벌하고 한나라를 다시 세우자!"
보무도 당당하게 조조가 있는 진류로 향했다. 그곳에는 각지의 군웅들이 군대를 이끌고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북쪽 지방에서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원소와 그의 사촌 동생 원술이 있었고, 강동지역에서 세력을 형성하고 있던 손견도 있었다. 그야말로 영웅들의 결집이었다. 비록 격문을 띄우고 불씨를 지른 것은 조조였지만 반동탁 연합군은 사세삼공 명문가의 명성이 드높은 원소를 맹주로 뽑았다.
첫 전투는 손견이 맡아 출전했다. 그러나 손견의 세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한 원술이 제대로 지원을 해주지 않아 참패하고 말았다. 동탁군은 기세가 등등하여 반동탁 연합군의 진채로 돌격해 왔다. 제후들은 실력 있는 장수들을 내보냈지만 동탁의 선봉에 있는 화웅장수에게 모두 목이 떨어져 나갔다. 연합군 진영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맹주 원소가 소리쳤다.
"동탁군이 이 정도로 세단 말인가?"
한 제후가 말했다.
"화웅은 동탁진영의 제1인자가 아니요. 화웅보다 몇 배로 강한 여포 장수가 있는데 그는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는 명마인 적토마를 타고 방천화극이라는 천하무적의 병기를 자유자재로 쓴다 하오. 사람 중엔 여포요, 말 중에는 적토마라고들 하오."
"화웅의 목을 따는 것도 이렇게 힘들다면 여포는 어떻게 제압할 것이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동탁군과 맞서 싸우겠는가? 동탁군 화웅의 목을 가져올 장수가 이제 없는가?"
이미 여러 장수의 목이 단숨에 떨어져 나간 터라 모두 몸을 사렸다. 그때 뒤쪽에 앉아 있던 유비의 동생 관우가 나섰다.
"제가 나가서 화웅의 목을 가져오겠습니다!"
"그대는 누구인가? 지금 벼슬이 어떻게 되오?"
"한실의 종친인 유비의 아우로 관우라 합니다. 벼슬은 마궁수입니다."
사람들이 빈정댔다. 원소 또한 무시했다.
"마궁수 따위가 나선다면 동탁군의 비웃음만 살 것이 아닌가?"
그때 조조가 나섰다.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시오. 이 사람의 풍모를 보니 용맹함과 당당함이 예사롭지 않소. 마궁수라는 신분만 가지고 우리가 평가할 것이 아니라 한번 내보내 기량을 펼치도록 해보는 것이 옳소이다. 만약 이기지 못한다면 그때 책망하여도 늦지는 않을 것이오."
조조는 신분을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지 않았다. 조조 자신 역시 탁류였기 때문이다.
"내가 화웅의 목을 가져오지 못한다면 화웅 대신에 내 목을 드리리다!"
조조가 다시 추천했다.
"이 정도의 기개라면 내보내 봄 직하지 않겠소?"
관우의 기개에 원소 역시 허락했다.
"여봐라. 데운 술을 한잔 가져와 출전하는 관우에게 바쳐라."
그러나 관우는 데운 술을 마시지 않았다.
"이 술은 화웅의 목을 가져와서 마시겠소."
성문이 열리고 관우가 밖으로 나섰다. 기세가 오른 동탁군의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동탁군 앞에는 먼저 나간 연합군 장수들의 목이 나뒹굴고 있었다. 동탁군의 화웅이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누가 또 목을 바치러 나왔는가?"
관우는 화웅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돌진했다. 화웅은 범상치 않은 관우의 기운에 잠시 멈칫했다. 그 순간 바람 소리가 나더니 피가 튀며 화웅의 목이 떨어졌다. 한순간이었다. 살기가 서린 관우의 눈과 휘날리는 긴 수염, 관우의 말이 한순간 바람을 가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화웅의 목이 떨어져 버린 것이다. 성벽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연합군 병사들의 함성이 일제히 터져 나왔다. 승리의 북소리가 진동했다. 관우는 단칼에 화웅을 베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수급을 들고 진영으로 돌아와 연합군 제후들 앞에 던졌다. 그리고 아직 따뜻한 술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조조도, 원소도 감탄하며 관우의 무예를 칭찬했다. 유비는 잠잠히 앉아 빙그레 웃었다. 그것은 관우에 대한 믿음이었다. 한나라 부흥이라는 대의명분을 함께 바라보고,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진한 의리로 맺어진 관계였기 때문이다. 그때 조조는 관우의 무예뿐만 아니라 관우를 의연하게 맞이하는 유비를 보았다. 유비 또한 조조를 기억했다. 동탁 암살, 반동탁 연대에 불을 지른 책략가 조조에게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3
조조, 순진한 꿈은 버리다
막장연합聯合


한나라를 구하겠다고 천하에서 몰려든 연합군의 시작은 장엄했으나 곧이어 자기들끼리의 힘겨루기로 한계를 드러냈다. 동탁군과의 전투에서도 제후들끼리 군량이나 병력을 지원해 주지 않아 힘겨운 전투가 전개되었다. 조조는 소인배들의 탐욕만이 가득한 연합군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반동탁 연합군은 의분에 차 군대를 일으켰지만 장엄한 시작에 비해 순조롭지 못했다. 처음부터 동탁의 화웅에게 걸려 고전했고 관우의 무공으로 화웅을 제거했지만 그다음에는 여포가 기다리고 있었다. 동탁은 자신의 가장 강한 장수이자 양아들인 여포로 하여금 반동탁 연합군을 공격하게 했다.
"여포를 잡지 못하면 반동탁군을 섬멸할 수 없소."
조조가 말했다. 하지만 여포를 잡을 만한 장수가 없었다. 다시 유비 형제가 어려운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여포와의 싸움에서 선두는 관우였다.
"나는 한실 종친이신 유비님의 아우 관우다. 내 청룡언월도의 맛을 봐라!"
"유비 형님의 막내 아우 장비다. 내 장팔사모를 받아라."
그리고 나중에 유비까지 쌍고검을 들고 달려나갔다. 그만큼 여포의 무예는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유비 형제와 여포의 접전은 마치 현란한 검무처럼 보는 사람까지 넋을 놓게 만들었다. 드디어 여포의 기세가 꺾이자 동탁군의 기세도 꺾이기 시작했다. 동탁은 군대를 돌려 수도 낙양으로 돌아와 급작스럽게 장안천도를 도모했다. 반대하는 신하들은 목을 베어 버리고, 천도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황들의 묘를 파헤치고 낙양 내 부자들의 재산을 약탈했다. 그리고 반동탁 연합군들이 활용하지 못하도록 낙양의 모든 것을 없애고자 불을 질렀다. 낙양의 살아남은 백성도 동탁을 따라 강제로 천도 길에 따라나서야 했다. 수많은 백성이 짐을 지고 군대를 따라 행군했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통곡소리가 이어지고 겁탈당하는 여인들의 비명이 그치지 않았다.
그때 반동탁군 진영에서 조조가 울분을 터뜨리고 있었다.
"원소는 어찌하여 동탁군을 쫓지 않는가? 어서 군사를 움직여서 동탁을 뒤쫓아야 하지 않는가?"
"지금은 군사를 움직일 때가 아니다. 군사들은 지금 지쳐 있으니 나서는 것은 이롭지 못하다."
"무슨 소린가? 역적 동탁이 궁궐을 태우고 한나라 수도 낙양을 통째로 파괴하고 온 백성이 강제로 끌려가고 있는 마당에 무엇을 망설이고 있는가? 지금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가 왜 반동탁 기치를 내걸었단 말인가?"
"조조, 아무리 옛 벗이라고 해도 지금 연합군의 맹주는 나다. 함부로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라!"
"이 우유부단한 소인배 같으니라고. 자네는 과거에 환관들을 제거하고자 동탁을 끌어들이는 우를 범했는데 이번에는 또 동탁을 좇는 기회를 놓치고 있으니 그 실책을 어찌하려고 하는가? 자네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나 혼자라도 뒤쫓겠다!"
조조는 자기 진영의 군대만을 이끌고 바로 출발했다. 동탁을 따라잡기 위해서 한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조조의 군사는 동탁의 장수 여포의 군사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었기에 중과부적의 전투가 되어 버렸다. 군사의 대부분을 잃는 참패였다. 조조의 맹장들이 동탁군의 선봉 장수를 죽이기는 했으나 조조 입장에서는 간신히 목숨만 건진 패전이었던 것이다.
"내가 의욕만 앞세우다 군사들을 개죽음시켰구나! 제후들이 힘만 보태주었어도 이와 같은 참패는 없었을 텐데!"
참담한 심정으로 조조는 진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제후들이 모인 곳에서 울분을 터뜨렸다.
"우리가 처음 대군을 일으킨 것은 역적 동탁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소. 그런데 우리는 동탁이 낙양의 모든 것을 태워 버린 후에야 낙양에 도착했소. 그때가 마지막 기회였는데 여러 제후는 주저하기만 하고 나아가지 않으셨소. 천하의 기대를 모두 잃었으니 어찌 한탄스럽고 부끄럽지 않겠소?"
그러나 아무도 조조의 말을 듣고도 새로운 반전을 모색하지 않았다. 각 제후들은 동탁군과 대치할 때도 지원 병력을 보내주지 않거나 군량 지원도 서로 마다하는 등 자기 이익만 챙기는 데 급급했다. 수고와 위험은 다른 제후가 감당하고 동탁 토벌의 공은 함께 나눠 가지기를 원했던 것이다. 내분이 점점 심해지는 가운데 급기야 연주자사 유대가 동군태수 교모를 습격하여 군량을 빼앗는 일까지 발생하자 내분은 더욱 심해지고 서로 간의 의심만 커졌다.
특히 낙양의 폐허더미에서 한 황실의 옥새를 우연히 발견한 손견은 제왕의 야심을 품고 반동탁 진영을 떠나갔다. 조조 역시 소인배들의 이권다툼에 크게 실망하여 반동탁 진영을 떠나기로 했다. 하나둘 제후들이 떠나가자 반동탁 연합군은 자연스럽게 해체될 수밖에 없었다.
조조는 떠나면서 생각했다.
'썩은 세력들끼리 모여서 썩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겠는가? 오합지졸들과 힘을 합해봤자 내 꿈도 삼류로 전락할 뿐이다. 나는 나만의 독자적인 길을 가리라. 이제 한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미래가 없는 한나라에 얽매이느니 나는 나의 길을 만들며 가리라. 나는 난세의 간웅이 되리라!'
조조의 가슴 속에서는 한 황실에 대한 충심도 잦아들었다. 황제는 이미 동탁의 노리개에 지나지 않았고, 천하는 주인을 잃은 지 오래였다. 조조의 가슴에서 뜨거운 야망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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