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몽 작가 특별연재-30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8/13 [10:47]

[박은몽 작가 특별연재-30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입력 : 2019/08/13 [10:47]

 힘이 아니라 마음을 얻어야 진짜 성공한다

 

조조는 세상을 차지하려고 했고 유비는 세상이 자기에게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조조는 "내가 세상을 버릴지언정, 세상이 나를 버리게 하지는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이었고, 유비는 "불이익이 따르더라도 민심을 잃어버릴 수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조조는 난세는 힘으로 평정해야 한다고 말했고, 유비는 권력보다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진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기에 형주의 유표가 죽어갈 때 그 땅을 차지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유비는 움직이지 않았다. 또한 조조의 침략으로 성을 버리고 달아날 때도 따라나서는 백성을 버리지 못하고 위험천만한 길을 자처했다. 백성으로 인해 행군이 늦어지고 조조군의 추격으로 위기에 처하게 될지라도 유비가 선택한 것은 함께 하는 길이었다. 힘보다 민심이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1
남의 불행을 이용하지 마라
의리처세義理處世


민심을 얻어야 천하를 얻는다. 그것이 유비 인생관의 신조였다. 유비는 형주를 얻어야 꿈을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형주의 유표가 병에 걸려 형주를 넘기려 할 때 유비는 받을 수 없었다. 남의 위기를 이용해서 이익을 취한다면 민심을 잃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내 10만 군사가 전멸했다고! 고작 1만도 안 되는 유비의 졸렬한 군에게!"
조조는 믿을 수가 없었다. 하루아침에 유비의 전력이 막강해졌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신야 박망성 전투 패배는 오히려 조조의 남방정벌 야욕에 불을 질렀다. 조조가 모든 전력을 집중하여 먼저 형주를 치겠다고 결심하고 나선 것이다.
신야에서 조조에게 첫 승리를 거둔 제갈공명은 다음 계획을 세웠다. 제갈공명은 유비에게 말했다.
"주공, 처음 오두막에서 뵈었을 때 말씀드린 것처럼 주공께서 천하를 삼분하여 가지기 위해서는 이곳 형주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이미 북방은 조조의 것이고 남방에서는 강동의 손권이 손견, 손책의 뒤를 이어 땅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직 형주만이 어느 곳에도 포함되지 않지만 요지이며 비옥하여 풍요로운 땅입니다. 형주를 얻지 않고서는 대사를 도모할 수 없습니다. 형주를 얻으면 인접한 강동으로 밀고 들어가기도, 또한 허창으로 밀고 올라가기도 수월합니다."
유비 또한 그것을 모르지 않았다. 형주가 욕심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의탁해온 형주를 친다는 것은 유비의 가치관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더구나 형주의 유표는 이미 나이가 많아 노환 중에 있었고 유표의 장남은 유표의 첩인 채 씨 부인 일당에 의해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운 지경에 있었다. 그 유표의 장남을 도와주다가 유비 또한 채 씨 일당에서 쫓겨 목숨을 잃을 뻔하다 수경 선생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공명, 내게 형주가 필요하지만 어찌 남의 불행을 역이용하여 그 땅을 빼앗을 수 있겠소?"
제갈공명은 애가 타서 다시 간언했다.
"주공, 어차피 형주의 유표는 연로하여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주공이 나서지 않는다면 형주는 조조가 가질 것입니다. 그 전에 형주를 취해야 합니다!"
유비 역시 강경했다.
"공명...."
"네."
"내 공명을 평생의 스승으로 알고 모든 가르침에 따르고자 하지만 이것은 아니 되오. 어찌 남의 위기를 이용하여 내 땅으로 빼앗을 수 있겠소? 내가 한나라 황실의 혈통인 유표의 땅을 취한다면 한나라 중흥을 위한다는 내 꿈은 모두 거짓이 되어 버릴 것이오. 나는 땅 자체보다는 나의 가치를 이뤄나가고 싶소."
"주공…"
"내가 이대로 망하게 되더라도 그것만은 못하니, 다른 계략을 세워 보시구려."
형주의 유표는 임종이 가까워지자 유비를 불러 형주를 물려주려 했으나 유비는 굴러 들어온 복조차 취하지 않았다.
"아우…. 내 아들들은 재주가 부족하여 형주를 다스리게는 부족하니 아우가 이 형주를 물려받아 다스려 주게. 아우는 한나라 황실의 후예이고 인망 또한 높으니… 그것이 형주를 위하는 길이야…"
"형님, 그동안 베풀어 주신 은혜만 해도 큰데 어찌 딴 뜻을 품겠습니까? 장남에게 물려주시면 제가 곁에서 힘껏 보좌하고 도울 따름입니다."
그러나 유표는 미처 장남에게 유언을 남기지 못한 채 황망하게 눈을 감았다. 채 씨 일당이 강하를 맡아 지키다가 아버지 임종을 지키러 달려온 장남을 들여보내지 않은 채 돌려보내었기 때문이다. 채 씨 일당은 거짓유언을 신하들에게 알리어 차남을 후계자로 삼았다. 유표의 첩인 채 씨 부인이 낳은 아들이었다. 조조는 형주가 혼란스러운 틈을 놓치지 않고 즉각적으로 대군을 이끌고 형주지역으로의 공격을 감행했다. 위기에 처하자 제갈공명이 다시 한 번 유비에게 간언했다.
"주공, 형주는 주공께서 천하 대사를 도모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요충지입니다. 지금 채 씨 일당이 부당하게 정권을 잡았으니 이제라도 주공이 군사를 이끌고 가서 형주를 취해야 합니다."
"공명…남의 불행을 나의 기회로 삼을 수는 없소."
결국 형주의 유표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유표의 첩인 채 씨부인과 그 집안인 채 씨 일당이 차남인 첩의 소생을 후계자로 등극시켰다. 장남인 유기 공자는 일찍부터 채 씨 일족의 위협으로부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강하라는 변두리 작은 성에 머물러 있다가 아버지의 위급함을 알고 달려왔으나 채 씨 일족의 방해로 임종도 지키지 못한 채 후계자 자리마저 빼앗긴 것이다. 제갈공명은 다시 유비에게 간언했다.
"지금이라도 형주를 취해야 합니다. 채 씨가 부당하게 자리를 가로챘으니 그 형주를 빼앗는다 해도 도리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이대로 있으면 조조가 대군을 이끌고 공격해 온다면 막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공명 선생, 또 그 소리인가? 내게 불이익이 따른다 해도 나는 유표의 땅을 냉큼 먹을 수 없소. 땅보다도 민심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지. 민심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을 것이오. 설사 천하를 얻지 못한다 할지라도 민심을 배반할 수는 없는 일이오."
인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서 민심을 잃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제갈공명도 더 이상 유비를 설득하지 못한 채 유비의 인품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유비의 그런 군자다운 처세는 도도하기 이를 데 없는 제갈공명으로부터 진정한 충성심을 끌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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