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몽 작가 특별연재-31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8/20 [08:49]

[박은몽 작가 특별연재-31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입력 : 2019/08/2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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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을 얻는 자가 천심을 얻는다
도원천하桃園天下

 

관우, 장비, 유비가 맺은 도원결의는 비단 세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유비는 장비, 관우 외에도 조자룡 등의 인재를 수족처럼 아끼면서 마음을 얻었고 제갈공명을 스승처럼 섬김으로써 오히려 섬김을 얻어냈다. 유비는 천하의 모든 곳이 도원이었다.

조조는 형주의 불안정한 정세를 간파하고 드디어 대군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형주 침략은 조조의 남방정벌의 꿈을 여는 전초전이자 형주에 있는 유비를 제거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한판승이었다. 조조의 대군이 형주로 향했다는 소리를 듣고 제갈공명이 유비에게 간언했다.
"주공, 이 성은 작고 따로 떨어져 있어서 조조의 대군에 대항할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이 성을 버리고 떠나야 합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제갈공명의 말에 따라 유비는 군대를 이끌고 성을 버리고 떠날 차비를 하는 한편, 강하에 주둔하고 있는 유기 공자(형주 유표의 장남)에게 지원군을 요청했다. 유기 공자는 유비가 끝까지 채 씨 일당이 아닌 자신의 편에 서 주면서 형주를 차지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비가 조조를 피해 성을 떠난다는 말을 들은 백성이 몰려들었다.
"우리도 유황숙과 함께 떠나겠습니다!"
"저희도 따라가게 해주세요!"
성안의 온 백성이 모두 짐을 싸들고 나섰다. 유비가 그 모습을 보고 감탄하며 말했다.
"조조가 죽이려는 것은 이 유비 한 사람인데, 나 때문에 저 많은 사람이 위험에 처하다니. 백성을 위한다면서 내가 오히려 백성을 위험에 빠뜨렸구나. 차라리 내가 죽어야 저 많은 백성을 살리는 길이 아니겠는가?"
유비는 자신을 따르는 백성을 버리지 않고 함께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반대하는 측근들이 많았다.
"주공, 저 많은 사람과 함께 간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조조의 대군이 전광석화처럼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는데, 노약자들이 가득한 저 백성과 함께 행군하다니요. 얼마 가지도 못해서 조조군에게 잡혀서 몰살을 당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비는 백성과 함께 대장정의 길을 선택했다. 보채는 아이들과 지쳐서 제대로 따라오지도 못하는 노인들, 자꾸만 쓰러지는 여인들과 함께 행군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비효율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조조군의 추격을 받고 있는 위기일발의 순간에 유비는 가장 비효율적인 길을 택한 것이다.
조조는 형주지역으로 돌격해 오자마자 형주를 차지했다. 유표의 뒤를 이어 형주를 다스리고 있던 유종이 조조의 대군에 놀라 대전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형주의 모든 땅을 조조에게 넘긴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유비였다. 조조는 제갈공명의 계략에 속아 이미 두 번의 패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반드시 제갈공명을 제압하고 유비세력을 제거하기 원했다.
"승상, 유비가 자기를 따르는 10만 백성과 함께 가는 바람에 하루에 10여 리밖에는 가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유비 너는 어떻게 된 인간인가? 나의 대군이 추격하고 있건만 백성과 함께 움직인다고? 왜 백성은 죽음을 무릅쓰고 유비를 따라나선 것일까? 유비는 땅도 하나 변변히 갖고 있지 못해 추격당하는 신세인데도 불구하고 백성은 그를 따르고 있다. 민심을 얻었기 때문이다!'
유비가 두려울수록 조조는 빨리 유비를 제거해야겠다고 혈안이 되었다.
"가장 빠른 철기(鐵騎)를 뽑아 출동하라. 주야로 달려가 유비를 잡아라!"
조조가 본격적으로 유비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조조의 명에 따라 바람처럼 날라 온 조조군이 유비군에 바짝 달라붙었다. 측근들이 다시 한 번 유비에게 간언했다.
"주공, 머잖아 조조군이 나타날 것입니다. 이제라도 백성을 버리고 달아나야 합니다. 안 그러면 몰살입니다."
유비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백성이 나 하나만을 의지하여 목숨을 걸고 따라나섰는데 어찌 저들을 버리는가? 끝까지 백성과 함께 갈 것이다. 내가 위험에 처했다고 저들을 버릴 수는 없다."
드디어 조조군이 나타났다. 유비의 장수들은 백성을 호위하느라 제대로 대응하기가 힘들었다. 싸우다가 다시 도망가고 도망가다가 추격하는 적을 맞아 싸우기를 반복하는 사이 유비와 장수들, 백성은 점점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몇 안 되는 병사와 장수들은 조조군의 추격을 피해 내달리다가 막다른 곳에 이르렀다. 바로 앞이 강물이었던 것이다. 말을 타고 강을 건널 수는 없었다. 유비는 자신을 따라 막다른 곳까지 다다른 장수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형제들, 이제 역적 조조가 우리의 바로 뒤를 추격하고 있고 앞에는 강물이 가로막고 있다! 우리의 운명은 여기까지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역적 조조에게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한나라의 명예를 걸고 나는 여기서 싸우다 명예롭게 죽는 길을 택할 것이다!"
유비가 결연한 각오를 보이자 장수들 역시 죽기를 각오하고 나섰다.
"형제들 끝까지 싸우자! 역적 조조와 싸우다 주공과 함께 이곳에서 죽자!"
병사들이 함께 함성을 질렀다. 유비는 백성의 민심을 얻고 또 장수들과 병사들의 군심을 얻었다. 20여 년 전 도원에서의 결의는 장비, 관우를 넘어 제갈공명, 조자룡 그리고 유비의 모든 장수에게로 확대되어 있었던 것이다. 유비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잠시 눈을 감았다.
'내 여기서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으리. 함께 하는 형제들이 있으니….'
그때였다.
"배다! 배가 나타났다!"
함성에 눈을 떠보니 서서히 강물 위로 전선들이 가득 나타났다. 강하에서 유기 공자가 지원군을 보낸 것이었다. 하늘은 아직 유비를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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