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몽 작가 특별연재-36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9/06 [10:10]

[박은몽 작가 특별연재-36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입력 : 2019/09/0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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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와 패자는 한순간에 뒤바뀔 수 있다
유비반등劉備反騰


유비, 제갈공명, 손권, 주유 등 내로라하는 인재와 영웅들이 힘을 하나로 합하여 조조에게 대항하였다. 승승장구하던 조조의 남방정벌의 대망은 적벽에서 물거품이 되었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던 유비는 적벽에서 새로운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동남풍이 불 때 조자룡과 함께 장강을 건넌 제갈공명은 곧바로 기다리고 있던 유비와 만나 전열을 가다듬고 명을 내렸다.
"자룡은 3천 군마를 이끌고 오림으로 가서 매복하라. 주유군에게 쫓기던 조조는 분명히 형주에 가서 대군을 수습한 후 허도로 돌아가려 할 것이다. 그러니 오림에서 형주로 나가는 길목을 지켜라."
"장비는 호로곡에 매복하시오. 내일 비가 올 터인데 호로곡 즈음에 이르러서 조조는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밥을 지어먹게 될 것이오.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면 들이닥치시오."
공명은 모든 장수에게 명을 내리면서도 관우는 부르지 않았다. 관우가 기다리다 못해 물었다.
"군사, 어찌하여 내게는 명을 내리지 않소?"
"실은 가장 중요한 마지막 도주로 길목인 화용도가 있소이다. 조조는 반드시 쫓기고 쫓기다가 그곳으로 도망갈 게 분명한데…. 관우 장군을 화용도로 보내기에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말이오."
"그게 무슨 말이오?"
관우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항변하자 공명이 대답했다.
"관 장군께서는 조조에게 큰 은혜를 입은 적이 있지 않소? 그러니 의리를 중시하는 관 장군께서 조조를 죽일 수가 있겠소?"
관우는 실패할 경우 목을 내놓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제갈공명에게 군령장까지 써서 내밀었다. 결사항전의 각오를 한 것이다.
공명의 예언대로 조조는 도주하는 길목마다 공명이 매복시킨 장수들을 만나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 길목인 화용도로 들어섰을 때 조조는 또 한 번 위기를 맞이했다. 관우가 일련의 군사를 이끌고 조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조조와 장수들은 더 이상 도망갈 기력도 싸워볼 마음도 없었다. 모두가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죽음의 공포에 질려 있었다. 조조는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며 인사를 했다.
"관 장군께서는 잘 지내셨는가?"
"조 승상께서는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관 장군, 보시다시피 나는 이번에 적벽에서 크게 패하여 지금 목숨만 건진 채 도주하고 있소이다. 그런데 지금 여기서 관 장군을 만나니 반갑기도 하지만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없지 않소. 관 장군, 옛 정을 생각해서 나를 보내주시오."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승상 밑에 있을 때 원소의 장수인 안량과 문추의 목을 베어 은혜를 갚았으니 남은 빚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관 장군! 그대가 나를 떠나갈 때 나의 다섯 관을 지나면서 여섯 장수를 죽인 일을 잊지 않았을 것이오. 비록 그대가 나의 소중한 장수들을 죽였지만 나는 보복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대를 고이 보내주지 않았는가?"
그 말을 듣자 관우의 눈빛이 흔들렸다. 조조는 관우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정중하게 간청했다.
"관 장군, 그대가 청룡언월도를 든다면 나는 여기서 죽을 게 분명하오. 우리는 저항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소이다. 관 장군과 같은 영웅의 손에 죽는 것 또한 영광이니 원하신다면 그리하시구려. 그러나 관 장군께서 은혜를 베푼다면 살아 돌아갈 수 있으니 부디 내가 그대에게 베푼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나를 보내주시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관우의 입이 가늘게 떨렸다. 의리를 목숨처럼 생각하는 관우로서는 조조를 죽인다는 것이 자신의 가치관에 맞지 않았다. 결국 관우는 군사를 물려 조조의 길을 열어 주었다.
"뒤로 물러서라!"
"관 장군님, 제갈공명께 군령장을 쓰지 않으셨습니까?"
관우의 군사들이 머뭇거렸다.
"무엇을 하느냐? 조승상이 지나가도록 길을 터라!"
관우의 군사들은 관우의 명에 따라 하는 수없이 양쪽으로 벌어지며 조조 일행이 지나갈 길을 텄다. 조조는 천천히 관우와 관우의 군사들이 양쪽으로 늘어선 사이를 지나갔다. 간간이 말들의 울음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초긴장 상태에서 관우군 사이를 천천히 지나온 조조는 화용도를 벗어나자마자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달리자! 관우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어서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짐이 될 만한 모든 것을 버려라. 형주의 남군까지만 버티자! 그 성은 우리 장수가 지키고 있으니 그곳까지만 갈 수 있다면 허도로 돌아가 훗날을 다시 도모할 수 있다. 기필코 살아 돌아가야 한다!"
이미 조조의 옷은 모두 찢어지고 머리는 풀어헤쳐진 삼발이 되었다. 조조의 말 또한 더 이상 달릴 힘이 없었고 모두의 몰골이 그러했다. 그들에게는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모두 미친 듯이 말을 몰았다.
제갈공명은 조조를 살려 보낸 관우의 책임을 물어 군령장에 쓰인 대로 목을 베고자 했다. 불같이 화를 내는 공명 앞에서 관우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병사들이 하는 수 없이 관우를 끌고 나가려 하자 장비가 나섰다.
"군사, 형님을 살려 주시오. 이놈들, 아무도 우리 관우 형님에게 손대지 못한다!"
관우가 만류했다.
"장비, 죄를 지었으니 군령에 따라 벌을 받는 것은 마땅하다!"
"형님! 흐흐흑!"
장비는 관우를 붙잡고 통곡하는데 유비가 급히 나서서 공명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공명 선생! 관우를 용서해 주시오. 관우의 죄가 크나 관우와 이 몸은 한날한시에 죽기로 결의한 몸인데 만약 관우가 죽는다면 나 또한 혼자 살아 있지 않을 것이오. 차라리 살려 두었다가 훗날 더 큰 공을 세워 지금의 죄를 씻게 해주시오."
유비가 주인으로서의 모든 권위를 버리고 엎드려 울며 빌자 제갈공명은 하는 수 없이 관우의 죽음만은 면케 해주었다. 비록 조조를 살려 보내었으나 승리는 유비의 것이었다. 조조의 남방정벌의 대망은 유비와 제갈공명, 그리고 손권과 주유로 인해 산산조각이 났고 승승장구 조조의 인생 또한 잠시 그 행보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천하의 흐름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적벽대전
赤壁大戰


북방을 통일하고 남방으로 눈을 돌린 조조는 먼저 남방의 형주를 취한 후 강동을 노렸다. 그러자 강동의 손권과 유비는 동맹을 맺고 함께 조조에게 대항하였다. 208년 조조군은 장강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과 대치하였는데, 결국 연합군의 화공에 속아 대패하게 된다. 불타는 적벽을 뒤로 한 채 조조는 후퇴하였고 그 이후로도 남방으로 세력을 넓히지 못했다.
천하는 북쪽의 조조, 강동의 손권, 서쪽의 유비로 삼분되어, 제갈공명이 처음 유비를 만났을 때 제시한 '천하삼분'의 야망이 실현되었다. 단 적벽대전에 대한 정사의 기록은 많지 않아, 아직도 자세한 전모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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