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몽 작가 특별연재-37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9/10 [08:54]

[박은몽 작가 특별연재-37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입력 : 2019/09/10 [08:54]

 너에게는 너의 하늘이 나에게는 나의 하늘이 있다


천시(天時)를 만나면
거침없이 밀어붙여라

 


유비는 나이 쉰이 다 되어서야 기회를 잡았다. 지금처럼 평균수명이 길지 않던 1800년 전 그때 쉰이란 나이는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였다. 하지만 유비는 막차도 한참 늦은 막차를 잡아타면서 마지막 기회를 멋지게 잡아냈다.
직접적으로는 제갈공명이라는 천재 모사를 얻음으로써 실질적인 힘의 원천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유비가 쉰이 다 되어가도록 온갖 굴욕과 시련을 당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놓지 않고 매달렸기 때문이리라. 20년을 기다려온 유비는 자신에게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자신에게 남아 있는 인생의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의 목표를 향해서 치열하게 달려나갔다. 천하에 발붙일 땅 한 조각 갖지 못한 채 이사람 저사람 밑에서 더부살이하던 그 유비가 천하의 모든 땅을 순식간에 제 손에 쥐려는 기세로 밀고 나간 것이다.

 

1
명분을 만들었다면 빼앗기지 마라
명분당당名分堂堂


유비는 명분을 목숨처럼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 난세 평정이라는 실리를 내세운 조조는 명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지만 유비는 땅 하나를 얻는 데에도 사람들의 평판을 생각해서 정정당당한 명분이 필요했다. 마땅한 명분이 없다면 때때로 명분을 만들어내야 했다. 천하의 중심, 형주를 차지할 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적벽의 패자는 조조였고 승자는 손권과 유비였다. 특히 전쟁을 전면에 나서서 이끌었던 손권의 장수, 주유의 목에 한참 힘이 들어갈 수 있었다. 조조가 대패하여 달아났으니 유비와 손권의 관심은 다시 형주지역으로 집중되었다. 손권은 전승의 전리품으로 형주를 차지하려 했고 유비 또한 유일한 근거지로서 형주가 절실했다. 유비의 속셈을 눈치챈 주유는 유비를 찾아와 미리부터 선을 그었다.
"이제 대세가 기울었으니 우리 강동에서 조조가 차지하고 있던 형주지역을 되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주유 대도독! 조조는 남군을 조인에게 맡기고 갔는데 조인은 조조의 오른팔로 지략과 용맹이 뛰어난 인물이지요. 비록 조조가 패하여 도주했지만 조인에게 분명 계책을 남겼을 겁니다. 주유장군이라도 해도 쉽지 않을 겁니다."
또다시 자존심을 긁힌 주유는 호통을 쳤다.
"적벽의 대승을 이룬 내가 어찌 남군 하나를 취하지 못한단 말이오! 만약 내가 남군을 취하지 못한다면 그때 유황숙이 취한다 해도 막지 않겠소!"
공명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과연 대도독의 위엄은 크고도 높으십니다. 대도독께서 남군을 하루빨리 취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만약에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대도독께서 취하지 못한다면 조조가 취하지 못하도록 우리 주공 유황숙께서 나서도록 합지요."
적벽대전에서 유비와 강동의 손권은 동맹을 맺기는 하였으나 병력이나 군량 등 강동의 투자가 더 컸고 그만큼 강동 병력의 손실이 훨씬 컸다. 따라서 땅은 강동에서 더 차지하는 것이 명분에 맞는 일이었다. 그러나 유비와 제갈공명은 주유를 격동시켜 만약의 경우 남군을 쳐서 취할 명분을 만들어 둔 셈이었다.
적벽의 승리에 도취된 주유는 한껏 위엄을 부리며 군대를 이끌고 형주의 남군으로 진격했다. 그러나 강동의 병사들은 적벽의 대전을 치르느라 모두 지쳐 있는 상태였다. 반면 남군의 조인과 그 병사들은 성을 지키며 머물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쳐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대세가 강동에게 기울 것을 우려하면서 위기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형제들, 원수 강동의 주유와 강동 자제들이 남군으로 향하고 있다. 이곳을 잃으면 형주 전체를 내어주게 될 것이고 형주를 잃는다면 천하의 중심을 잃는 것이다. 조 승상의 대업이 우리에게 달려 있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자!"
조인은 조조의 사촌 동생이자 충신이었다. 주유의 맹공을 당해 수세에 몰렸으나 끝까지 항복하지 않았다. 막다른 곳까지 몰리자 조인은 조조가 일러준 대로 극약 처방을 하기로 했다. 조인이 말했다.
"이대로는 성을 지킬 수가 없고 항복할 수도 없다!"
"그럼 어떻게 하시렵니까?"
"성을 지키지도 항복할 수도 없다면… 성을 버리는 수밖에!"
"네?"
조인은 성을 버리고 도망가는 척하여 주유군을 유인했다. 빈 성인지 알고 성을 차지하고자 전군을 이끌고 성안으로 들어온 주유는 조인이 남겨놓은 매목의 화살 세례를 맞아 큰 타격을 입고 특히 주유는 독화살을 맞아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주유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남군의 전투에서 물러설 수가 없었다.
"만약 주유 장군께서 성을 취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우리 주공께서 나서야 하겠지요!"
제갈공명의 말 때문이었다. 주유는 제갈공명에게만은 절대로 지고 싶지 않았다.
"이놈 제갈… 너 따위에게 이 주유가 질 수는 없다. 너에게 이 남군을 내줄 수는 없어. 천하제일의 인재는 네가 아니라 바로 이 주유여야 한다!"
부상을 입고 수세에 몰린 주유는 계책을 생각해 냈다. 주유가 부상으로 죽었다는 소문을 낸 뒤 조인의 군사들을 주유의 진채로 유인해 내기로 한 것이다. 조인은 주유의 계책에 말려들어 주유가 죽어 군심이 흔들릴 때 주유의 진채를 치겠다며 성을 비워둔 채 야습을 감행했다. 그러나 주유는 진채를 비워두고 주변에 매복했다가 조인의 군대가 들이닥치자 그 주변을 포위하여 맹공을 퍼부었다. 조인과 조인군은 도주하고 주유는 승세를 잡아 비어 있는 남군성으로 달려갔다.
"이제 남군성으로 달려가 성을 취하자. 남군성은 강동의 성이 되리라!"
정신없이 말을 달려 남군성에 다다랐는데 그곳 성루에는 뜻밖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조인 군의 것도 강동 군의 것도 아닌 뜻밖의 깃발이었다. 그리고 뜻밖의 장수가 성루에 우뚝 서서 주유를 내려다보았다.
"너는 누구냐?"
주유가 소리쳤다. 그러자 성루의 장수가 앞으로 나오며 외쳤다.
"상산의 조자룡! 유황숙과 제갈공명 군사의 장수이외다. 주유 장군께서 오래도록 남군성을 취하지 못하여 제갈 군사(軍師)의 명을 받아 이곳을 취하였소! 하하하!"
제갈공명의 꾀에 또다시 넘어간 것을 깨닫자 주유는 격분하였지만 성을 다시 빼앗을 수는 없었다. 조조의 장수 조인 군사와의 전투로 주유의 군사들이 몹시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주유는 남군을 포기하고 형주성과 양양성을 먼저 치기로 했다. 그러나 그 또한 길이 막혀 버리고 말았다. 급보가 연속으로 들어왔다.
"대도독! 제갈공명이 남군을 먼저 취한 뒤 조인의 병부를 이용하여 조인이 지원병을 요청한다고 속여 형주성의 군사들을 유인해 낸 뒤 형주성이 빈틈을 이용하여 관우 장군이 차지하였다 합니다."
"대도독, 대도독! 조조군이 있던 양양성이 관우 장군에게 넘어갔다 합니다. 형주성과 같은 수법으로 순식간에 빼앗았다 합니다."
보고를 받은 주유는 격분하여 눈에 핏발이 서서 입술을 깨물었다.
"이… 이… 죽일 놈의… 제갈공명!"
분노와 치욕스러움에 화가 난 주유는 급기야 피를 토하고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독화살에 맞은 주유의 상처가 덧난 것이다. 주유는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끈 인재였지만 제갈공명과의 기싸움에 판단력을 잃은 채 형주 지역을 빼앗기고 병까지 얻은 참담한 모습으로 회군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유비는 손권의 강동과 동맹을 맺어 적벽대전을 치름으로써 승승장구하던 조조의 기세를 누르고 또한 제갈공명의 계책에 따라 형주 지역의 남군, 형주, 양양 3개 성을 순식간에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도원결의로 세상을 도모한 지 이십여 년 만의 진정한 승리였다.
유비는 이에 머무르지 않고 기세를 몰아 연이어 형주 지역의 영릉, 계양, 무릉, 장사 등 4군을 평정하는 데 이르렀다.
"공명… 융중의 산속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대가 말했지. 형주를 기반으로 하여 서천으로 영토를 넓힌 다음 병력을 길러 북벌하여 조조의 허창을 친다면 천하를 얻을 수 있다고. 그대가 말한 첫 번째가 이루어졌네. 이 모든 것은 공명 그대의 공일세."
수년 전에 유비는 조조군에게 쫓겨 오갈 데가 없어 형주의 유표에게 몸을 의탁한 식객(食客)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명실공히 형주 지역의 주인이 되어 있었다. 반석 같은 터전을 갖게 된 유비는 넉넉해진 곡식과 물자를 바탕으로 서서히 웅비의 꿈을 펼치기 시작했고 천하는 조조, 손권, 유비에 의해 세 개로 나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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