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몽 작가 특별연재-3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4/30 [09:42]

[박은몽 작가 특별연재-3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입력 : 2019/04/30 [09:42]

 잘난 엄친아와는 갈 길이 다르다
탁류비애濁流悲哀

 

조조는 배경이 좋은 집안 출신이 아니었다. 그 반대였다. 가난하지는 않았으나 그 시대에 출세하기 위해 꼭 필요한 혈통, 가문의 배경은 전무했다. 천대받던 내시, 환관의 자손이라는 꼬리표가 평생 조조를 따라다녔다. 탁류의 비애였다.

황제인 영제가 환관들에게 놀아나면서 정치가 부패하자 백성들은 도탄에 빠졌고 그 틈을 타 황건적의 난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다. 황건적의 난은 장각이라는 자가 '태평도(太平道)'라는 종교를 주창하고 널리 포교하면서 세력을 키우다가 비롯된 농민 대반란이었다. 조정의 실정으로 조정에서는 외척과 환관의 대립이 격화되고 천재·질병·기근이 계속되어 생활고에 빠진 민중들이 후한 타도를 외치며 일어난 것이다. 머리에 누런 두건을 썼기에 황건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난이 일어나자 조정에서는 황보숭, 노식 등의 장군이 이끄는 관군을 보내어 난을 진압했다. 조조는 무관으로서 위기에 빠진 관군을 구하는 등 황건적의 난을 토벌하는 데 큰 공을 세움으로써 다시 중앙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189년, 간신배 환관들에 의해 놀아나던 황제인 영제가 병으로 죽고 그의 아들 유변이 스무 살도 안 된 나이로 왕위에 오르자 조정은 회오리바람에 휩싸였다. 유변의 어머니인 하왕후와 하왕후의 오빠인 대장군 하진의 권력이 막강해져서 환관들과 치열한 권력 투쟁을 벌였다. 당시 조조는 '전군교위'라는 무관 자리에 있었다.
어린 왕의 외척인 하진은 환관들을 몰살시키려고 각 지방의 유력한 군벌들을 모았다. 영웅들의 힘을 빌려 환관들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조조는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하진 대장군, 환관들을 몰아내는 일은 손바닥 뒤집기보다 더 쉽소이다. 하지만 환관을 두는 것은 오랜 조정의 관습이며 제도이외다. 그런데 그들을 굳이 모두 없앤다는 것은 조정의 제도 자체를 부인하는 것인데 그럴 만한 명분이 있습니까?"
"환관의 자손이 환관들을 두둔하고 나서니 듣기 거북하군. 조조 그대가 환관의 자손이라 해서 그리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대는 이 일을 논할 자격이 없다!"
하진은 조조의 가장 아픈 구석을 정면으로 찔렀다. 그랬다. 조조는 환관의 자손이었다. 조조의 아버지 조숭은 환관 조등의 양자였던 것이다. 당시 환관은 조정을 어지럽히는 간신배의 대명사였고 한나라를 좀먹는 사회악이었다. 환관의 자손. 그것은 조조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아무리 똑똑해도 아무리 리더십이 있어도 아무리 무관으로서 용맹함이 돋보여도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 환관의 자손이라는 꼬리표에 직면해야 했다.
'누가 뭐래도 나 조조는 조조다. 조조는 조조일 뿐, 환관의 자손이라는 배경이 나의 모든 것을 말해 줄 수는 없다!'
이렇게 생각해오던 조조는 환관의 자손이라는 지적에도 의연하게 대답했다.
"환관의 폐해는 약한 군주에서 비롯되었고 군주가 환관 따위에게 권한을 주지 않으면 되는 것이오. 환관들을 제거하려고 지방군벌들을 끌어모으는 것은 토끼 떼를 죽이려고 호랑이를 끌어들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도끼를 쓰겠습니까?"
조조는 비록 자신이 환관의 자손이었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조정의 일을 논했다. 그때 원소가 끼어들었다. 원소는 조조의 철없던 질풍노도의 시기에 함께했던 십년지기 친구였다.
"조조, 이미 여러 군벌에게 밀조를 보냈다네."
"동탁에게도 보냈는가?"
"물론이네."
"동탁은 승냥이와도 같은 자네. 그의 몸속엔 오랑캐의 피가 흐르고 있고 더구나 그는 변방에서 우리가 싸워본 적이 없는 기마민족을 병력으로 거느리고 있네. 그런 동탁을 이곳 낙양으로 끌어들인다면 큰 화를 자초하게 될 걸세."
원소는 생각이 달랐다.
"환관은 오랜 세월 한 황실을 좀먹어 왔네. 이번에 제거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기회를 잡기 어렵네."
사람들은 원소의 말에 더 귀 기울였다. 왜냐하면 원소는 조조와 출신이 달랐기 때문이다. 원소는 사세삼공(四世三公) 가문, 즉 4대에 걸쳐 재상을 배출한 명문의 후예였다. 그 가문의 위세는 대단한 것이어서 가문의 후광만으로도 원소는 언제 어디서든지 리더의 위치에 세워졌고 수많은 인재가 원소에게 몰려들었다.
두 사람은 함께 장난치고 어울려 다닌 시절을 공유하고 있었지만 하늘과 땅 만큼이나 괴리가 있었다. 탁류와 청류 사이. 조조는 탁류 환관의 후손이었고, 원소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표적인 청류 명문의 후손이었던 것이다.
결국, 하진 장군은 환관들을 제거하기 위해 지방의 군벌들을 끌어들였고, 그러한 움직임에 위협을 느낀 환관들은 자기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십상시의 난'을 일으켰다. 십상시는 중앙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10명의 환관을 말한다. 이들은 하진을 살해하고 그 일족을 몰살하였다. 이에 격분한 원소가 군대를 이끌고 궁으로 와서 환관은 물론이고 수염이 없는 남자는 모두 도륙하여 수천 명이 학살되었다.
이때 서량태수 동탁은 낙양으로 오던 중 도망 길에서 헤매던 황제인 소제의 일행과 마주쳤다. 동탁은 소제를 모시고 낙양으로 들어와서 무력을 앞세워 권력을 장악했다.
원소 등이 환관들을 몰살시킴으로써 한나라에서 환관들의 폐해는 사라졌지만 동탁이라는 새로운 세력이 어둠의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이 모든 과정을 조조는 통탄하며 지켜봐야 했다. 모든 것이 조조가 예견한 대로 현실이 되어 버렸다. 동탁이라는 승냥이가 모든 권력을 장악하는 혼란을 보면서 30대 조조의 젊은 가슴에는 울분이 가득 차올랐다.
"정치가 썩고 한나라가 썩어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하는 것인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단 말인가? 이 썩은 한나라에서 어떻게 내 꿈을 실현한단 말인가!'
그는 한 황실에 충성하려 했으나 그의 충성은 조정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포부를 펼치기 위해서는 탁류라는 출신 성분을 넘어서야 한다는 비애에 젖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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