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몽 작가 특별연재-5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5/07 [09:57]

[박은몽 작가 특별연재-5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입력 : 2019/05/07 [09:57]

 기회는 인연 속에
숨어서 온다


가난뱅이 유비는 황족의 후예였다. 유방이 세운 한나라에서 유씨 성을 가진 남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유복하지 못했다. 아버지를 여의었고 또 가난했다. 황족의 혈통이면서도 돗자리나 만들어 팔면서 생계를 이어야 했다. 하지만 가난한 황족의 후예로 태어나 가진 것 없이 맨손으로 시작한 유비였지만 훗날 촉나라를 세워 삼국시대의 한 축을 이룬 영웅이 되었다.
21세기 <유비처럼 경영하고 제갈랑처럼 마케팅하라>는 책의 저자인 중국의 작가 '청쥔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유비는 사람을 끄는 묘한 인간적 매력을 가지고 있다. 장비, 관우는 자부심이 강한 인물들인데 그런 사람들이 유비에게 허리를 굽히고 충성했다. 인간적인 매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유비는 정의를 위해 자기 일생을 바친 사람이다. 현대인들은 유비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또 다른 시각에서 생각해 본다면 유비가 표방한 '인의'의 리더십은 당대의 앞서가는 영웅 조조와 자신을 확실히 차별화시키고 또한 한나라 백성들의 민심을 얻는 데 가장 효과적이었던 처세이기도 했다. 야망을 드러낸 조조를 뒤따라가는 후발주자로서 조조와 다른 가치를 내세움으로써 유비는 자신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비는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민심을 얻었으니 진정한 후흑(厚黑)의 대가라 할 수도 있겠다.

 

1
혈통만 좋은 가난뱅이, 유비
황족비애皇族悲哀


유비의 몸속에는 한나라 황실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집안은 가난했고 유비는 고향에서 돗자리나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신세였다. 가슴에는 커다란 포부를 품었지만 아무런 기반도 힘도 없는 몰락한 황족. 그것이 유비가 가지고 있는 비애였다.

유비. 자는 현덕으로 탁현이 고향이었다. 유비는 운명적인 라이벌인 조조보다 6년 늦게 태어났다. 청소년기에는 학식이 깊은 노식의 문하에서 글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비는 글공부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그는 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모든 글공부 친구들이 유비와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무리 가운데 있어도 유비의 존재는 빛이 났다. 유비는 항상 무리 가운데 구심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승 노식이 조정의 부름을 받아 벼슬길에 나서게 되었다.
"벼슬길을 떠나 있던 내가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은 지금 이 시대가 난세이기 때문이다. 썩어 문드러진 환관정치뿐만 아니라 세상에는 요사스런 사상을 퍼뜨리는 황건적의 무리가 점점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곧 황건적은 나라의 큰 화근이 될 것이다. 이제 너희는 집으로 돌아가 힘을 길러서 흔들리는 우리 한조의 기둥이 되어라!"
비록 갑작스럽게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유비는 그리운 어머니를 생각하며 한달음에 달렸다. 길을 가던 중 다리도 없는 개울을 만나, 늦가을 찬 개울물에 장딴지를 담그며 개울을 건넜다. 다 건너가니 한 목소리가 유비를 불렀다.
"게 섰거라. 이 귀 큰 놈아!"
유비는 귀가 컸다. 사료에는 유비가 귀가 크고 늘어져 자신의 귀를 직접 볼 수 있다고 전해질 정도였다. 또한 팔과 다리도 길게 늘어진 체형이었다고 한다. 건너편 노인이 이미 개울을 건너간 유비에게 소리를 질렀다.
"귀 큰 놈아, 이 늙은이가 혼자서 어떻게 건넌단 말이냐. 네놈이라도 업어서 건네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예의가 바른 유비는 흔쾌히 노인을 업어서 개울을 건네주었다. 그런데 노인이 말했다.
"이런 어쩌나, 내가 보퉁이를 놓고 왔네 그려!"
"제가 가지고 오겠습니다."
"네가 어떻게 찾는다고 그러느냐. 내가 직접 가야 하니 다시 나를 업어라."
심통 맞은 노인이었다. 마치 유비를 골리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도 같았다. 유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해는 이미 중천을 넘어갔으니 어서 길을 서둘러 가야 밤을 맞기 전에 집에 도착할 터였지만 유비는 노인을 팽개치고 갈 수 없었다.
유비는 결국 노인을 다시 업고 개울을 건너갔다 왔다. 보퉁이를 찾아 다시 건너온 노인은 유비의 이름을 묻고는 말했다.
"유비라 했느냐? 좋은 상이다! 만 가지 상 중에서도 심상(心相)이 제일 중요한 법인데, 너는 좋은 심상을 가졌구나! 너는 나를 위해 어째서 두 번씩이나 수고했느냐?"
"처음 것도 잃어버리고 말 것이냐, 아니면 두 배를 남길 것인가 생각했습니다. 제가 두 번째 건너는 것을 거절하면 처음 것도 헛수고가 될 테고, 내친김에 한 번 더 수고하면 어르신께 두 배의 은혜를 남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어린 나이에 벌써 그걸 깨우치고 있다니 참으로 무서운 아이로구나! 내가 네게 진 빚을 갚기 위해 귀한 가르침을 주겠다."
노인은 한 나무 앞으로 유비를 이끌었다.
"이 나무를 보거라. 내가 너에게 주고자 하는 가르침이 여기에 있느니라."
노인은 자신의 이름도 말해주지 않고 사라졌고 유비는 혼자 남아 한참 동안 그 나무를 들여다보았다. 수백 년이 됨직한 고목은 이미 말라가고 있었다. 맨 위 가지는 모두 말라 죽어 있었고, 중간 부분은 반쯤 썩어가고 있었고, 아랫부분은 노란 단풍이 든 잎들이 붙어 있었다.
'그렇구나! 이 나무는 우리 한조를 말하는 것이다. 나무가 오래되면 가지부터 마르기 마련인데, 그것도 땅에서 멀리 있는 가지부터 말라 죽는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싱싱한데, 그것도 줄기에서 시작한 가지는 곧 말라 죽을 것이고 오직 뿌리에서부터 올라온 가지만이 살아남는다!'
땅의 힘을 받아 올라온 가지는 언젠가는 반드시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다! 유비는 한의 앞날을 생각하며 주먹을 쥐었다. 나는 썩어빠진 꼭대기 가지에 기대서 내 꿈을 펼치진 않겠다. 나는 땅의 생생한 힘을 빌려 자라는 거목이 되겠다! 유비의 가슴은 그런 생각으로 설다.
고향인 탁현 누상촌으로 돌아온 유비는 다른 스승을 찾아 글공부를 계속하는 대신 예전처럼 돗자리를 만들어 팔며 생계를 이어나갔다.
조조는 중앙 조정에 나가 포부를 펼쳐보려고 처음에는 애를 썼으나 모든 것이 허사였음을 깨닫고 도망자 신세가 되어 다시 고향 땅으로 달려간 데 반해, 유비는 돌아온 후 처음부터 중앙 조정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미 썩어빠진 중앙 조정에 나가 보았자 큰 뜻을 펼칠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고향에서 돗자리를 만들어 팔던 시절은 겉보기에는 초라해 보이지만 그것은 유비가 땅의 힘을 배우는 준비의 시간이었다.

 

-----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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