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몽 작가 특별연재-6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5/10 [10:21]

[박은몽 작가 특별연재-6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입력 : 2019/05/10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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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만남을 큰 인연으로 이끌다
인재조우人才遭遇


비록 가난했지만 유비에게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유비만의 자산이 있었다. 그것은 사람을 보는 눈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진정성이었다. 유비는 그 두 가지를 가지고 있었기에 평생의 힘이 될 숨은 인재와 인연을 만들어 냈고 훗날 천하를 꿈꿀 수 있는 인적 기반을 확고히 갖출 수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인생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인연을 만난다. 유비 평생에 걸쳐 가장 귀한 인연 중의 하나는 바로 장비, 관우와의 만남이었다. 장비 관우와의 인연은 먼 훗날 유비의 최후하고도 연관될 만큼 깊고도 진한 것이었고 아무런 기반도 갖지 못한 유비에게는 처음으로 맞이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첫 번째 인연은 장비였다.
고향에 돌아와 돗자리를 만들어 파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유비는 저잣거리에서 한 소동이 벌어진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말단관리 한 명이 한 장수에게서 뭇매를 맞고 있었다. 장수는 말단관리를 두들겨 패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놈, 그것도 벼슬이라고 상인들 등을 쳐 먹냐? 혼 좀 나봐라!"
모인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짐짓 고소한 듯이 구경을 하고 있었다. 그때 말단관리를 혼내주고 있던 장수가 바로 '장비'였다. 백성들을 괴롭히는 말단관리가 저잣거리 상인의 것을 빼앗는 것을 보고 장비가 분을 참지 못해 관리를 폭행하는 장면을 유비가 우연히 목격하게 된 것이다. 장비는 힘이 장사여서 당할 자가 없었는데 술에 취하면 더욱 과격해져서 도무지 주변에서 말릴 수가 없는 위인이었다. 그런데 유비는 첫눈에 장비가 영웅호걸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예사롭지 않은 풍채에 괴력, 용맹함에 주목한 것이다.
'장차, 무장으로 크게 될 호걸감이다!'
그러나 관리를 폭행한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어서 그 지역 현령은 장비를 잡아들였다. 힘을 당할 병사가 없어 장비가 술에 취해 곯아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포승하였던 것이다. 현령은 장비를 참수하라고 명했다.
"술에서 깨어나거든 목을 베어라!"
장비의 목숨이 위태로울 지경에 처하자 그때 유비가 나섰다. 현령을 찾아간 것이다. 당시 그 지역의 현령은 노식 선생 밑에서 함께 동문수학한 공손찬이라는 선배였기 때문이다.
"비록 장비란 자가 포악한 짓을 했지만 그 말단관리 또한 백성들을 괴롭히고 상인들의 등을 쳐 호의호식한 것도 사실 아닙니까? 장비의 죄가 중하긴 하나 그 무예가 아까우니 살려서 나라를 위해 일할 기회를 주는 것 또한 의로운 일이라 생각됩니다."
공손찬은 동문 후배인 유비의 청을 들어 주었고 유비 덕에 장비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은혜를 입히는 것, 그것도 이해타산이 없는 순수한 은혜를 입히는 것만큼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없었다. 장비 또한 그러한 인연으로 유비에게 큰 은혜를 지고 인간적인 호감을 느꼈다.
두 번째 인연은 관우였다.
관우와의 첫 만남은 스치듯 짧은 것이었다. 노식 선생 밑에서 수학하던 시절 한 젊은이가 노식을 찾아왔는데 그의 풍채가 예사롭지 않고 기개가 당당하여, 유비는 그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소생의 성씨는 관(關)이옵니다. 좌씨춘추(左氏春秋)에 대해 깨달음을 얻고자 먼 길을 찾아왔습니다!"
아홉 자 키에 대춧빛 얼굴. 한눈에 봐도 무관의 풍채요 장군의 기개였다. 그런 그가 성현의 글에 대한 깨달음을 구하러 온 것이었다. <좌씨춘추>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좌전(左傳)>이라고도 하는데, 중국 공자의 <춘추>를 노나라 좌구명이 해석한 책이었다.
"예사로운 사내가 아니군. 저런 풍채와 기개에다가 좌씨춘추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자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호걸의 용맹함에 군자의 덕까지 갖추고 있는 듯하다."
노식 스승의 곁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유비는 대춧빛 얼굴과 우러러 보이는 큰 키를 가진 그 남자를 기억해 두었다.
지식보다 사람, 글공부보다는 인맥을 우선순위에 두던 유비는 언제 어디서나 사람을 먼저 보았고, 유비에게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것이 유비가 가진 가장 큰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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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 도원결의로 내 사람을 만들다
유비득인劉備得人

 

유비는 많은 사람을 거느리기보다는 한 사람이라도 확실한 자기 사람을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유비의 인간적 매력에 끌린 관우, 장비는 유비와 함께 복숭아꽃이 만발한 도원에서 제사를 지내며 "한날한시에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한날한시에 죽겠다"며 비장한 결의를 맺는다. 삼국시대의 한 축은 거기서 시작된 셈이다.


유비는 유 씨 황실의 후예이기에 한 황실에 대한 충성 유전자를 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의리를 중시하는 유비 특유의 개인적인 성향이 더해져, 유비는 유 씨의 나라 한을 받드는 것이 곧 자신을 높이는 길이 된다는 것을 결코 모르지 않았다. 이름 없는 작은 고을, 탁현에서 돗자리 장사나 하면서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그의 가슴에는 항상 꿈이 있었다.
'이 고향 땅에서 언제까지고 묻혀서 지내지는 않으리라. 비록 지금은 초라한 모습이지만 언젠가는 기회가 생길 거야. 세상은 점점 혼란스러워지기만 하니 힘이 필요해. 나의 힘이 되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유비에게 힘이 되어줄 인연은 과거에 스쳐 지나간 인연에서 하나씩 풀려 나왔다. 우연히 관우와 장비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때 한나라는 온통 황건적의 난으로 점점 더 소란스러워지고 있을 때였다. 유비의 스승 노식이 예견한 대로 황건적은 점점 세력을 키우더니 아예 한 황실을 뒤집어엎을 기세였다. 전국 방방곡곡에는 황건적을 토벌하기 위해 의병을 모집한다는 방이 나붙었다. 유비도, 관우도, 장비도 그 방을 보았다. 야심과 포부가 있는 사내대장부라면 모두 그 포고령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혼란스러운 시대에 재회한 유비와 장비는 술잔을 앞에 놓고 세상을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유비가 복잡한 심경에 젖어 말했다.
"나라가 혼란에 빠졌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 한탄스럽소."
유비의 말에 장비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할 게 없다니. 의군이라도 조직하면 되지 않겠소?"
"군사를 어떻게 말로만 거느리는가? 아무런 재물도 없는데…"
유비의 말에 장비가 다시 대답했다.
"군자로 쓸 재물이라면 내게 약간 있소. 나의 양아버지가 난리 중에 감춘 보화를 내게 물려 주었소. 어떻소? 이 장비와 함께 군사를 한번 모아보지 않겠소?"
장비는 원래 명문의 후예였다. 어린 시절 환관들에 의해 집안이 화를 당해 부모를 여의고 늙은 가복(家僕, 사내종)의 도움으로 장비만 겨우 목숨을 건진 것이다. 가복은 돼지를 팔아 생계를 이으며 장비를 기르다가 죽었는데, 난리 중에 모은 보화를 고스란히 장비에게 물려주었다.
무언가 일을 도모하고 싶어도 아무런 기반이 없던 유비에게 '장비'라는 비빌 언덕이 조금 생긴 것이다. 또한 관우와의 재회도 이어졌다. 여러 해 전의 스치듯 지나간 짧은 만남이었지만 유비는 관우를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관 공이 아니오? 노식 선생에게 깨우침을 받던 날을 벌써 잊으셨소? 한 마디를 배워도 스승은 스승이니, 우리는 동문이 아니오?"
"아니, 노식 선생의 제자이십니까? 반갑소. 나는 관우라 하오."
관우는 고향의 세도가를 죽인 죄가 있어 여기저기 숨어다니는 신세였다가 겨우 사면령을 받아 목숨만은 건진 처지였다. 가슴에는 사내다운 포부가 있음에도 사회적으로는 그다지 인정받지 못한 채 삼류인생으로 전락해 있던 관우에게 유비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주었다.
유비에게는 덕스러운 매력이 있었고, 나라에 대한 충성심, 그리고 무엇보다 황족이라는 물보다 진한 정통성이 있었기 때문에 유비는 쉽게 관우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호걸의 기질을 가진 세 명의 젊은 남자는 금세 형제처럼 친해져 뜻을 모을 수 있었다. 더구나 황건적의 난으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던 때라, 깨어 있는 젊은이라면 무언가 할 일을 찾아 나서는 시기였다.
복사꽃 만발한 길을 걸으며 세 사람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자신의 꿈과 생각을 서로 주고받았다. 세 사람은 만나자마자 통하는 구석이 많았고 그 구심점은 유비였다. 유비는 작은 인연을 크게 만들 줄 알았다.
"우리 세 사람이 의기투합하고 지향하는 뜻이 같으니 이것도 하늘의 뜻이오. 그러니 우리 세 사람이 형제의 의를 맺어 한마음으로 대사를 도모하는 것이 좋겠소."
그리하여 세 사람은 화창한 봄날 복숭아꽃이 만발한 정원에서 형제의 의를 맺었다. 복숭아나무는 예로부터 중국인들이 신성시하는 나무였다.
"천지신명이시여, 지금부터 우리는 비록 성도 다르지만 한형제가 되고자 합니다. 비록 우리는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시간에 태어나지 못했으나, 한마음 한몸이 되어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시간에 죽기를 맹세합니다. 바다가 마르고 산이 허물어질 때까지 영원히 이 맹세는 변치 않을 것입니다."
"또한 나라에 보답하고 백성을 평안케 할 것을 맹세합니다!"
"맹세와 의를 저버리면 하늘과 땅이여 결코 용서하지 마시옵소서."
평생을 함께할 인연, 막강한 인재 풀을 자랑하며 앞서 나가는 조조에 비해 힘이 미약하던 유비의 든든한 후원자들이 되어줄 관우와 장비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장비와 관우는 배경이나 가문이 출중한 인물은 아니었으나 그 무예가 뛰어나고 의협심이 강한 인물이었다. 유비는 그들과의 만남을 처음부터 목숨을 함께 할 형제와의 인연으로 맺음으로써 그 누구도 떼어 놓을 수 없는 왼팔, 오른팔을 얻게 된 셈이었다.

 

도원결의
桃園結義


유비, 관우, 장비는 복숭아꽃 만발한 뜰에서 의로운 약속을 맹세하며 의형제를 맺었다.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태어나지는 못했지만, 다만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죽기를 원한다. 천지신명은 참으로 이 마음을 굽어 살피시옵소서. 의리를 저버리고 은혜를 잊는 일이 있으면 하늘과 사람이 함께 죽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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