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몽 작가 특별연재-10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5/24 [09:38]

[박은몽 작가 특별연재-10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입력 : 2019/05/2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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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판을 읽어라
중앙본능中央本能


실권이 없는 황제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러나 통찰력이 뛰어났던 조조는 역적들을 피해 낙양으로 도주해 온 거지가 된 황제의 일행을 위해 군대를 급파했다. 그리고 실권 없는 황제를 통해 평범한 군웅에서 제후들을 호령하는 절대 권력자로 급부상할 수 있었다.

조조는 빼앗긴 땅을 되찾기 위해 여포와 계속해서 쟁탈전을 벌였다. 그런 조조에게 서주의 소식이 들려왔다. 여포의 연주 침략 때문에 할 수 없이 조조는 서주를 포기하고 군사를 돌렸는데, 유비가 서주에 남아 서주 자사 도겸의 유언에 따라 서주를 물려받았다는 것이다.
"뭐? 유비가 서주를 차지해? 나는 군사를 이끌고 가서도 얻지 못한 서주인데, 유비 그 자식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서주를 차지하다니. 그것만 봐도 유비 그자는 쉽게 생각할 자가 아니다! 하지만 두고 봐라. 내 곧 서주를 차지해 주리라."
비록 서주를 얻는 것은 조금 미뤄졌지만, 조조는 여포의 세력을 몰아내고 원래 자신의 본거지였던 연주 등 산동 일대를 차지하는 쾌거를 올렸다. 그리고 군사들을 쉬게 하고 군량을 비축하면서 다시 때를 기다리며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그때 서주보다 훨씬 큰 기회가 찾아왔다. 물론 기회는 그것을 알아보는 자에게만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주공, 이각과 곽사 사이에 내분이 일어나 정국이 혼란스러워진 와중에 천자께서 장안을 빠져나와 낙양으로 가고 계시다 합니다."
"천자가!"
황제는 이각과 곽사의 수중에서 겨우 빠져나와 피난하듯 낙양으로 오고 있는 것이었다. 신하들 역시 천자를 놓고 쟁탈전을 벌이는 이각과 곽사의 군사들로부터 겨우 빠져나와 목숨을 부지한 신세였다. 수세에 몰린 신하들이 살아남기 위해 기를 쓰고 어가를 모시고 낙양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조조는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큰 기회가 다가왔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조조는 즉시 수하의 책사들을 불러들였다.
"의견들을 말해 보라. 천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조조의 핵심 두뇌인 순욱이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옛날 진(晋)나라 문공은 주(周) 양왕을 섬김으로써 제후들을 복종시킬 수 있었습니다. 지금 한의 기운이 기울었다고 하나 여전히 황제가 존재하고 있으니 비록 이름뿐인 힘없는 황제라 하더라도 황제를 얻어야 천하 제후들 위에 설 수 있습니다."
"순욱의 뜻이 내 뜻과 같소. 내 바로 그대의 말대로 하리다."
조조는 책사들의 말을 늘 경청했고 거기에 자신만의 통찰과 지혜를 더하여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쓸 만한 지략이 나오면 지체 없이 움직였다. 황제가 낙양으로 가고 있다는 급보를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선발대는 먼저 출발하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서 천자의 어가를 호위하라. 지체하는 자는 군율로 엄히 다스리겠다. 가라! 낙양으로!"
조조의 추상과 같은 명령에 선발대는 무서운 기세로 출동했다. 조조는 내심 마음이 급했다. 낙양의 바로 위에는 기주가 있었고, 기주를 차지하고 있는 군웅은 바로 원소였기 때문이다. 만약 원소가 조조보다 먼저 움직인다면 천자는 원소의 차지가 되고, 또다시 조조는 원소에게 천하 제패의 선두권 쟁탈에서 밀리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러나 원소는 조조만큼 총명하지 못했다.
선발대를 출발시킨 후 조조 역시 바로 준비를 마치고 출동했다. 그리고 마침내 조조의 군사들이 쫓기고 있던 어가를 호위하여 낙양에 입성했고, 조조 역시 대군을 이끌고 낙양에 입성했다.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피난길에 지친 헌제에게 조조는 목숨을 구해준 구세주나 마찬가지였다.
"충신이로고, 충신이야. 조조야말로 대한의 진정한 충신일세..."
헌제는 눈물을 머금고 조조를 맞이했다. 그리고 조조에게 벼슬을 내리며 공을 치하했다. 비록 산동 지역을 차지하고 대군을 이끌고 있는 조조였지만 그의 관직은 별다른 것이 못되어오던 터였다. 그런데 황제를 구한 공으로 외직에 있던 조조가 하루아침에 정승의 지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조조는 한나라의 옛 수도 낙양에서 허창으로 천도할 것을 왕에게 요청했다.
"이곳 낙양은 수년 전 동탁이 장안으로 강제 천도할 때 불을 질러 궁궐은 물론이고 모든 곳이 풀만 무성한 폐허가 되었습니다. 이에 비해 허창은 재물과 곡식이 풍부하니 그곳으로 어기를 옮기시옵소서."
신하들이 조심스럽게 수군댔다.
"그곳은 조조의 군대가 있는 본거지가 아닌가…."
하지만 황제는 조조의 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이미 대세는 조조에게 기울어 있었고 막강한 군사력을 앞세운 조조 앞에 힘없는 천자는 또다시 위엄을 잃었다. 어린 나이에 즉위하면서부터 동탁의 손아귀에서 시달렸고, 동탁이 죽은 후에는 이각과 곽사의 횡포에서 시달리다가 겨우 목숨을 건져 낙양으로 돌아왔으나 이제는 조조라는 거물이 헌제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더구나 조조는 동탁이나 이각, 곽사 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그들보다 더 강했고 그들처럼 드러내 놓고 천자를 능멸하지는 않았지만 더욱 교묘하게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고 있었다.
"어… 어가를 허창으로 옮기는 것을… 윤허하노라."
196년, 조조는 헌제를 허성으로 모셔갔다. 이때부터 허성은 후한의 임시 도성이 되었고, 명칭도 허창에서 허도(許都)로 바뀌었다. 조조는 헌제를 위해 허도에다 궁궐을 지었고 자기 수하 사람들의 벼슬을 높여 조정을 채우는 한편 조조 스스로 대장군이 되었으며, 헌제의 명의로 각 주와 군에 영을 내리기 시작했다. 조조는 황제가 아니었지만 황제만큼, 아니 오히려 그보다 더한 실권을 움켜쥐게 된 것이다. 대권을 쥔 조조가 허도의 새로 지은 궁의 조정에 출입할 때는 갑주를 입은 정병 수백 명이 창을 번쩍이며 호위했다.
"이제 나 조조의 말은 곧 천자의 말인 것처럼 위엄을 갖게 될 것이다!"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조조의 눈이 독수리처럼 빛났다. 조조는 자신의 야망을 이뤄나가는 데 박차를 가하면서 자신의 길에 장애가 될 만한 인물을 생각해 보았다. 우선 여포였다. 조조가 서주를 공략할 당시 조조의 본거지인 연주를 공격하여 후방을 교란시켰던 여포. 여포는 천하제일의 용장이지만 지략은 부족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여포에게는 그 옛날 조조가 여백사를 살해하던 모습을 보고 실망하여 조조와 이별했던 진궁이 붙어서 책사 역할을 하고 있기에 더 안심할 수가 없었다. 여포는 힘만 센 미련한 장수였지만 진궁은 지략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여포 다음이 원술과 원소 형제였다. 집안의 명성과 후광을 얻은 두 형제. 원술의 힘은 원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았다. 조조는 조금만 더 힘을 키우면 원술 따위는 쉽게 넘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원소는 당시로써는 가장 넓은 땅과 가장 많은 군대를 거느리고 있었고, 또 그의 명성 때문에 몰려드는 인재가 많았다. 언젠가 결전을 치러야 함을 조조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원소는 이전에 환관들이 판을 칠 때 동탁을 끌어들여 환관을 제거하자고 주장할 만큼 지혜가 부족했다. 그 결과 환관보다 몇 배 더 심각한 동탁의 환란을 당했고, 동탁을 제거하고자 연합군을 모았을 때도 우유부단하게 머뭇거리다가 기회를 놓쳐버릴 정도로 결단력 또한 부족했다. 그래서 조조는 원소가 아무리 강해도 해볼 만한 전투라고 생각했다.
그다음이 유비였다. 유비는 가장 힘이 약했고, 아직은 드러나지 않은 존재였다. 그런데 의형제들과 함께 떠돌이 신세로 세월을 보내던 그 유비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서주성을 차지해 버린 것이다. 조조는 그 유비가 가장 마음에 걸렸다. 유비의 부드러움이 거슬렸다. 힘보다 인의가 강하다고 말하는 그 유비가 걱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조는 다시금 야망을 불태웠다.
"천하는 내 것이다. 썩어빠진 한나라를 부흥시키느니 차라리 새로운 세상을 내가 만들어 가리라. 원소도, 유비도 나의 길을 막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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