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몽 작가 특별연재-13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6/04 [10:08]

[박은몽 작가 특별연재-13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입력 : 2019/06/0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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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이 되는 호랑이는 우리에 가둬야 한다
유비포획劉備捕獲

 

반동탁 연합군 내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조조는 유비를 범상치 않은 인물로 기억했다. 부드러운 미소 뒤에 숨은 야심을 꿰뚫어본 것이다. 여포사냥에 성공한 조조는 유비라는 요주의 인물을 경계하기 위해 자신의 우리 안에 가두기로 했다.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더 크기 전에 없애버리는 것, 그것이 조조의 복안이었다.

허도에 온 조조는 황제에게 승전을 보고하고 유비를 소개했다. 조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기댈 데를 오매불망 찾던 헌제는 황실의 족보까지 확인하면서 유비를 극빈대우 했다. 유비는 한나라 6대 황제인 효경황제의 후손으로서 당시 황제인 헌제에게는 숙부가 되었다. 헌제는 유비를 유황숙(황제의 숙부)이라 부르며 반가워했는데 그 순간부터 조조는 더욱 주도면밀하게 유비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유비가 요즘 채소밭이나 가꾸면서 소일을 한다지? 도무지 무슨 꿍꿍이속인지 알 수가 없다. 가슴에 품은 뜻이 정녕 없단 말인가?"
하루는 조조가 유비를 불러들여 함께 술잔을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 공, 그대는 천하에 영웅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저 같은 것이 어찌 영웅을 논할 수 있겠습니까?"
"이곳저곳을 두루 다녔으니 들은 말이라도 있을 테니 말해 보시구려."
"그렇다면... 회남의 원술이 비록 황제를 칭하다 공격을 받긴 했으나 다시 근거지를 회복하였으니 영웅이 아니겠습니까?"
"원술은 큰 뜻은 없고 탐욕에만 급급한 여우와 같은 인물이오. 조만간 내가 처리할 테니 두고 보시오"
"하북의 원소는 어떻습니까? 사세삼공의 명문거족 출신에 천하의 북쪽에서 가장 넓은 땅과 인재들을 가지고 있으니 영웅이라 할 만하지요."
"하하하. 나도 처음에는 원소를 크다 생각했소. 하지만 기껏해야 환관들을 제거하느라 동탁을 끌어들여 한나라 황실을 쑥대밭으로 만든 것이 바로 원소 아니오? 가진 자원은 많으나 부릴 줄을 모르고 우유부단하니 어찌 영웅이라 하겠소? 조만간 내가 원소와 결전을 벌여 그의 세력을 꺾어 놓을 것이오."
"그럼 남쪽의 유표는 어떻습니까? 풍요롭고 넓은 땅을 다스리며 어진 정치를 펼치니 영웅입니다."
"허허, 유표 따위는 논할 가치도 없소이다. 품은 야망도 없고, 가진 땅이나 지키며 안일하게 갇혀 있는 자가 어찌 영웅이겠소?"
"강동의 손책은 어떻습니까? 반동탁 연대 때 참여했던 손견의 아들로서 손견이 비명횡사하여 일찌감치 강동 대업을 이어받아 다시 일으키지 않았습니까?"
"아버지를 잃고 대업을 일으킨 것은 맞지만 아버지가 물려준 후광의 덕이 크고 신하들 또한 물려받은 것이니 어찌 손책 자신이 영웅이겠소?"
"승상, 그렇다면 제가 알 만한 사람이 더는 없겠습니다. 승상께서는 어떤 이를 영웅이라 부릅니까?"
"영웅이란 가슴에 큰 뜻을 품고 우주를 포용하는 호기와 천지를 삼킬 만한 의지가 있어야 하오. 그런 자만이 참된 영웅이오."
"옳습니다! 그런데 현실에 그런 사람이 있겠습니까?"
"하하하, 지금 천하에 영웅은 단 두 사람! 이 조조! 그리고 유비 당신이오!"
조조는 이렇게 말하며 유비의 표정을 살폈다. 유비가 과연 야심이 있는 인물인지, 호랑이인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때 마침 갑자기 벼락이 치더니 천둥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어이쿠! 깜짝이야."
유비는 천둥소리에 놀라 들고 있던 젓가락을 그만 떨어뜨리고 말았다.
"아니 장부가 이까짓 천둥소리에 놀란단 말이오?"
어리숙한 유비의 행동에 조조는 다시 한 번 유비의 안색을 살폈다.
조조가 조금이나마 유비에 대한 우려를 덜 무렵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원소가 공손찬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여 더 큰 땅을 가지게 되었고, 예전에 조조의 공격에서 살아남았던 원술이 남은 세력을 규합하여 버티다가 민심을 잃게 되자 사촌 형인 원소에게 의탁하러 간다는 것이었다. 원소와 원술의 규합. 그것은 조조에게는 적신호였다.
그런데 유비가 원술 토벌에 자신을 보내달라고 요청해 왔다. 조조는 유비를 완전히 믿을 수 없어서 자신의 수하 장수 두 사람을 주장으로 삼아서 군사 5만을 내주었다. 책사들이 달려왔다.
"승상, 유비를 이렇게 풀어 주면 안 됩니다."
"유비 혼자 군사를 부릴 수는 없다. 주령과 노소를 같이 딸려 보냈다."
"승상, 진즉에 제거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한테 의탁해온 처지에 있는 사람을 죽이면 내가 민심을 잃기 때문에 죽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 와서 이렇게 보내다니 훗날 큰 골칫거리가 될 것입니다. 이는 용을 바다로 보내는 격이요 호랑이에게 날개까지 달아 준 격이지요."
"이번에 놓치면 다시는 우리 안에 가둘 수 없을 겁니다."
"이제라도 죽여야 합니다. 승상! 어서 용단을 내리십시오. 유비가 멀리 가지는 못했을 테니 이제라도 붙잡아야 합니다."
조조는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장수들을 보내 추격하였다. 그러나 유비는 조조가 보낸 장수들을 따라 돌아오지 않았다. 장수들 또한 그런 유비를 명분 없이 죽일 수는 없었다.
"다시 장수들을 보내십시오. 아예 죽여야 합니다."
조조는 깊은 번뇌에 잠겼다. 제거하자니 아까운 데다 죽일 명분도 뚜렷하지 못했다. 하는 수없이 조조는 유비를 살려두기로 했다.
"아니다. 됐다. 유비가 원술을 처리해 줄 테니 정적으로 다른 정적을 제거하는 이점이 있다. 그리고 이미 보낸 것을 후회해도 소용없다. 일단 사람을 썼으니 믿겠다. 주령, 노소를 함께 보냈으니 쉽게 배신할 수는 없으리라!"
조조는 비록 유비를 보내버리는 실수를 범했지만 크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만약 유비가 자신을 배신한다면 마침내 유비를 죽일 빌미를 얻게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유비는 조조를 벗어나자마자 바로 조조가 내어준 군대로 조조의 땅인 서주를 차지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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