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몽 작가 특별연재-19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7/02 [10:24]

[박은몽 작가 특별연재-19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입력 : 2019/07/0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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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정적까지 수용하다
감성정치感性政治

 

유비는 사람의 능력보다 사람의 마음을 사고자 했다. 의형제 관우, 장비는 물론이고 때론 정적까지도 수용하려고 했다. 그 결과 유비는 조조처럼 힘을 가지지 못했지만 대신에 세상의 인심을 얻기 시작했다. 그것이 유비의 힘이었다.

서주자사 도겸의 뒤를 이어 서주를 맡은 유비가 서주 백성들을 돌보는 한편 군사 훈련에 여념이 없던 어느 날 뜻밖의 손님이 서주성을 찾아왔다. 바로 여포와 여포의 책사인 진궁이었다. 여포는 조조가 아버지의 죽음을 빌미로 서주를 공격하러 왔을 때 조조의 본거지인 연주를 공격했다가 조조에게 참패하여 의탁할 곳을 찾다가 유비에게까지 흘러들어온 것이다. 유비 측 사람들은 여포를 반대했다.
"형님, 여포 놈은 받아주는 건 안 될 말이오. 여포는 재앙 덩어리요. 동탁이 비록 역적이긴 했어도 여포 놈에게는 의부인데 배신하고 죽였잖소. 또 여포는 동탁에게 가기 전에 정원이라는 자를 의부로 모시고 있었는데 정원을 죽이고 동탁에게 간 것이었소. 그러니 여포가 사람이오? 은혜를 원수로 갚는 믿을 수 없는 위인이란 말이오."
"형님, 이건 장비 말이 맞다고 봅니다. 여포는 위험인물이에요."
장비에 이어 관우까지 여포를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유비는 생각이 달랐다.
"여포는 지금 갈 곳이 없는 처지가 되어 나를 찾아왔다. 그런데 그를 내친다면 어떻게 의로운 처사라 하겠는가? 어찌 되었든 지난번 우리가 전 서주자사 도겸을 돕기 위해 조조와 대치할 때 여포가 연주를 공격해서 조조가 물러가게 했다. 이렇게 여포에게 진 빚이 있는데 궁지에 몰린 여포를 모른 척할 수는 없다."
유비는 언제나 인의를 내세웠다. 하지만 여포가 유비에게 아주 유명무실한 존재는 아니었다. 서주성의 평화는 온전한 것이 못되었다. 비록 조조가 군사를 물려 연주로 돌아갔지만 언제 다시 서주를 침략해 올지 알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비의 군사력은 조조의 군사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약했고, 관우와 장비, 조자룡 등의 핵심 장수들에게만 의존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이러할 때 용장 중의 용장인 여포가 많은 군사를 이끌고 서주성에 온 것이었다. 유비로서는 은혜도 베풀고 힘도 얻는 셈이었다. 유비는 한술 더 떠 여포를 놀라게 했다. 여포를 환대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하고 나선 것이다.
"여포 장군, 이 서주는 도겸 자사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는 바람에 이 유비가 하는 수없이 잠시 맡은 것입니다. 이제 장군과 같은 영웅이 오셨으니 이 서주를 넘겨 드리는 것이 옳은 것 같습니다. 이 패인을 받아주시지요."
"뭐… 뭐라고요?"
탐욕스럽고 우둔한 여포는 뜻밖의 횡재에 반색했다. 있을 곳만 구해도 고마울 판에 유비가 아예 서주성 자체를 넘겨주려 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유비 특유의 처세라고 볼 수도 있었다. 관우, 장비조차도 깜짝 놀라는 와중에 여포의 책사인 진궁이 나섰다. 그는 학식이 풍부하고 지략이 풍부한 인물이었다.
"아닙니다. 우리 여포 장군께서는 곤궁한 처지에 의탁하러 왔을 뿐 서주에 대해 달리 먹은 마음 따위는 전혀 없습니다. 의심하지 마시고 거두어 주십시오."
진궁이 유비의 진의를 꿰뚫어 보고 한 말이었다. 단순하고 마음만 앞서는 여포는 진궁 때문에 하는 수없이 패인을 사양하고 자리에 앉았다.
유비가 지나칠 정도로 여포를 환대하자 관우와 장비의 불만이 컸다. 특히 장비가 여포를 미워하여 분란이 생기기도 했다. 그때마다 유비는 아우인 관우에게 호통을 치며 여포를 예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포는 진궁이 일러준 작전대로 유비에게 말했다.
"장비가 저토록 나를 싫어하니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수가 없겠소. 달리 의탁할 곳을 찾아가야 하겠소."
"내 아우들이 장군을 불편하게 했으니 제가 대신 사죄드리겠습니다. 이곳에 있기가 불편하시다면 서주성 바로 옆에 소패라는 작은 성이 있는데 그곳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머무는 게 어떻겠습니까?"
여포는 금세 반색을 하며 좋아했다. 규모는 크지 않아도 독립된 성을 가지고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유비 역시 여포를 묶어두는 것이 유리했다. 소패는 서주성까지 한달음에 달려올 수 있는 거리로 서주의 관문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의 경우 조조의 침략을 받는다면 서주와 소패가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위치였다.
유비의 양보는 다른 영웅들이 꺼리는 야생마 같은 여포를 자신의 측근으로 끌어들였다. 위험요소가 있었지만 유비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이면은 대범함이었기에 두려워하지 않았다. 당시로써는 서주성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방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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