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몽 작가 특별연재-20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7/05 [10:11]

[박은몽 작가 특별연재-20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입력 : 2019/07/0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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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뜻을 위해 오늘의 굴욕을 참다
굴욕감수屈辱甘水


큰 뜻을 품은 사람은 작은 시련이나 이해관계에 요동치지 않는다. 유비는 자신이 은혜를 베풀어 준 여포에게 오히려 배신을 당하고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었지만 굴욕을 참고 다시 여포에게로 가서 몸을 의탁했다. 오늘의 대굴욕. 하지만 유비는 복수 대신 여포에게 의탁하여 함께 조조에 대항하고자 했다.

서주자사 도겸에게 물려받아 서주성을 지키고 있던 유비는 조정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조조가 황제의 어가를 구하고 승상이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조조가 쫓기고 있던 황제의 어가를 구한 공으로 수도를 허창으로 옮기고 대권을 쥐게 되었다니! 정년 조조의 시대가 열리는 것인가."
급부상하는 조조의 기운이 서주까지 느껴지는 듯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서주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조조가 대권까지 쥐었는데 서주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정에서 사신이 내려왔다.
"서주목 유비는 황제폐하의 조명을 받아라. 서주목 유비는 군사를 일으켜 회남태수 원술을 칠 것을 명하노라!"
"신(臣) 유비,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러나 유비는 황제의 명령이 사실은 조조가 보낸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황제의 명을 따르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것이야말로 조조가 황제를 기필코 얻으려 했던 힘의 원리였다. 황제의 명에 따라 유비는 군사를 일으켜 원술을 치러 나가면서 서주성은 장비에게 맡겼다. 장비는 힘이 장사이고 용맹하여 훌륭한 무장이었지만 단 한 가지 흠이 있었는데, 바로 술만 취하면 인사불성이 되어 부하들에게 심한 매질을 하는 등 횡포가 심하다는 것이다.
유비는 그동안 훈련시킨 군대를 이끌고 원술이 있는 회남으로 가서 진을 치고 대치했다. 비록 유비에게 관우와 조자룡과 같은 맹장이 있었지만 원술의 군사는 수적으로 훨씬 많았기에 만만치 않은 전투이었다. 그런데 하루는 서주성을 지키라고 남겨 두었던 장비가 몇 명의 병사들만 데리고 달려오는 것이었다.
"형님, 여포가 서주성이 빈 것을 눈치채고 밤에 기습해 와서 속절없이 당하고 말았습니다… 흐흐흑…"
"아니, 여포가 기습을 했다고 해서 그리 쉽게 빼앗겼단 말이냐?"
"제… 제가 술에 취해서… 제대로 대응도 못해 보고…"
"술을 마셨단 말이냐?"
유비가 장비를 꾸짖었다. 옆에 있던 관우가 끼어들었다.
"그럼 형수님들은 어찌 되었느냐?"
장비는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형수… 님들은… 미처…"
이번에는 관우가 호통을 쳤다.
"이놈 셋째야. 형님이 그만큼 당부했건만 서주성을 맡은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술에 취해 일을 그르친단 말이냐? 형수님들까지 위험이 빠뜨리고 이제 근거지인 서주를 잃었으니 어찌한단 말이냐? 우리가 서주를 얻기까지 얼마나 힘겨운 세월을 보낸 줄 모른단 말이냐."
유비의 식솔들을 고스란히 여포의 손아귀에 남겨두고 성을 빼앗긴 장비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나 같은 인간은 죽는 게 낫소!"
순식간에 칼을 꺼내 목을 베려 했다. 그때 유비가 호통을 치며 장비의 손을 내리쳤다. 칼이 바닥에 떨어졌다.
"셋째야. 이 무슨 짓이냐? 성은 되찾으면 되고 처자는 구하면 된다. 그러나 형제는 수족과 같은 데 잘라내면 어떻게 내가 살겠느냐? 우리가 한날한시에 죽기로 맹세한 것을 잊었느냐? 너의 목숨이 내 목숨인데 네가 죽는다면 나 혼자 살기를 바라겠느냐?"
"형님! 흐흐흑!"
장비는 유비에게 매달려 아이처럼 울었다. 관우도 그 곁에서 눈물을 흘렸다.
전세는 유비에게 불리했다. 원술의 급습에 참패했고 여포가 원술과 내통하여 군대를 보내 원술과 협공을 해왔기 때문이다. 원술이 여포에게 뇌물을 주고 여포의 힘을 빌려 유비를 친 것이다. 서주성을 빼앗기고 전쟁에서 참패한 유비는 하루아침에 갈 곳이 없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이냐? 또다시 떠돌이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구나. 원술에게 투항해야 하는가, 아니면 원소에게 의탁해야 한단 말인가. 아니면 조조에게라도 가야 하는가."
유비는 병사들의 시신들을 바라보며 비통해했다. 그러다 갑자기 유비는 고개를 들고 말했다.
"서주로 가겠다!"
관우, 장비가 놀라며 물었다.
"아니 여포에게 그리 배신을 당했는데 다시 여포에게 간단 말입니까?"
유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때론 굴욕도 참아야 한다고 그의 눈빛이 말해주었다.
"곧 조조가 서주로 올 것이다. 여포와 힘을 합쳐야만 조조를 막아내고 서주를 지킬 수가 있다. 서주를 지키는 것이 역적 조조를 막는 길이니 어찌 오늘의 굴욕을 참지 못하랴!"
유비는 남은 군사를 모아 서주로 향했다. 그리고 여포에게로 가서 고개를 숙이고 의탁했다. 여포는 큰 은혜를 베푸는 듯이 말했다.
"유비 아우, 나 또한 그대의 배려로 소패에서 머문 적이 있으니 그대도 소패에서 머물도록 허락하겠소."
유비는 여포의 기고만장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여포의 은혜에 감사하며 소패성에 머물렀다.
조조가 바라던 바는 여포와 유비를 이간질해서 둘을 떼어 놓는 것이었지만 유비는 굴욕을 참으면서 여포와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떨어지는 순간 서주는 조조나 다른 제후들의 먹이가 되어버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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