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몽 작가 특별연재-21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7/09 [15:29]

[박은몽 작가 특별연재-21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입력 : 2019/07/09 [15:29]

 시운을 기다릴 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

 

천하를 꿈꾸는 또 한 명의 남자 유비. 그러나 패기 있게 승승장구 하고 있는 조조와 달리 유비는 오랫동안 갇힌 세월을 보내야 했다. 인의를 내세운 리더십, 한나라 중흥을 내건 정통성으로 민심은 쉽게 얻었으나 천심을 얻는 데는 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실패만 거듭했다.
초창기에는 부랑아 같은 여포의 배신으로 서주성을 잃고 여포에게 의탁해야 했다. 여포에게서 소패라는 작은 성을 겨우 얻어 있었는데 그마저 다시 여포의 침략으로 잃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 유비는 조조에게 의탁하고야 만다. 유비에게 조조는 역적이었다. 황제 위에 군림하면서 황제를 유명무실한 존재로 만들고 실권을 휘두르는 신하 말이다. 그런데 그 조조에게 의탁해야만 했던 것이다.
유비의 굴욕은 계속되었다. 어렵게 조조의 세력권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와 웅비의 기회를 마련하고 다시 서주 땅을 차지했지만 거기까지일 뿐이었다. 곧이어 다시 조조에게 또 빼앗기고 말았다. 조조에게는 막강한 군대와 총명한 책사들이 있었고 천운까지 따랐다. 유비는 그런 조조를 당해내지 못한 채 하늘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서주를 빼앗기고 갈 곳이 없어진 유비는 기주의 원소에게 의탁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굴욕과 실패 속에서도 유비는 "조조 타도, 한나라 중흥!"을 사무치도록 마음에 새기고 또 뼈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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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에 갇혀 때를 기다리다
조조연못曹操蓮-


여포에게 쫓기던 유비는 또다시 근거지를 잃은 채 조조에게 의탁해야만 했다. 조조의 연못에 갇힌 것이다. 조조는 영원히 유비를 자신의 연못에 가두기를 원했고 유비는 웅비의 기회만을 기다리며 물속으로 조용히 숨어들었다.

성을 비운 사이 여포의 기습으로 서주성을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굴욕을 참으며 서주성으로 돌아와 여포에게 의탁한 유비는 다시 근거지를 잃은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서주성의 주인은 여포였고 유비는 얹혀 있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여포가 비록 유비에게 선심 쓰듯 소패를 내어주긴 했으나 언제 변덕을 부려 탐욕을 드러낼지 알 수 없었고 회남의 원술 또한 소패와 서주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갈수록 세상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197년 회남의 원술이 급기야 스스로 황제를 칭하고 나섰고 조조는 그런 원술 정벌에 나서 원술을 쓰러뜨렸다. 그리고 드디어 여포가 본색을 드러내며 유비가 있는 소패를 침략해 왔다. 위급해진 유비는 조조에게 지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조조에게 지원을 요청하라!"
수세에 몰린 유비는 조조에게 지원을 요청했고 조조는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왔다. 여포와 유비의 분열이야말로 조조가 바라는 바였다. 조조는 유비를 구해주고 소패를 탈환하였고 바로 이어 서주성을 여포에게서 탈환했다. 여포는 하비성까지 달아났으나 조조는 추격하여 하비성까지 함락시켰다. 여포를 무찔렀지만 유비의 시름은 더해갔다.
"조조가 소패와 서주, 하비까지 차지했으니 나는 또다시 근거지를 잃고 갈 곳이 없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 유비에게 조조가 말했다.
"유 공, 허도로 가서 황제를 뵙시다. 그런 다음에 다시 서주로 돌아와도 늦지 않을 것이오."
유비는 알고 있었다. 다시 서주로 돌아오기 힘들다는 것을, 조조가 자신의 본거지인 허도로 유비를 데려가 가두려는 것임을. 하지만 근거지를 잃은 유비는 조조를 따라 허도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198년 유비는 조조를 따라 허도로 가 처음으로 한나라의 천자인 헌제를 만났다. 조조는 전쟁의 공에 따라 논공행상을 마친 후 유비를 황제에게 알현시켰다. 헌제는 유비를 보자마자 관심을 보였다.
"유 씨란 말인가? 그럼 짐과 종씨가 아닌가. 여봐라. 세보를 가져와라."
신하가 세보를 읽어 내려갔다.
"효경황제께서 아드님 열네 분을 두셨으니, 그중 일곱째 아드님이 증산정왕 유승이고, 유승이 유정을 낳고…. "
"그럼 효경황제의 후예이고, 짐에게는 숙부가 되는구려. 이제부터 유황숙이라 부르겠소."
승상의 신분으로서 황제의 바로 옆에 있던 조조가 헛기침을 하며 유비를 노려보았다. 유비를 만나 잠시 들떴던 헌제 또한 조조의 눈치를 보며 말을 아꼈다.
날이 지날수록 유비는 허도가 조조의 세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나라의 주인이 헌제가 아니라 헌제 옆에, 엎드린 신하들을 내려다보며 전위에 서 있는 조조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조정의 실상에 점점 통탄해 하고 있을 무렵 헌제의 장인이 되는 동귀비의 아버지인 동승이 야밤에 유비를 찾아왔다.
"한동안 지켜보니 유비와 형제들은 황제에 대한 충정이 진심인 듯하오. 이미 아시겠지만 조정은 조조의 손에 넘어갔소. 유공께서도 유 씨 황실의 후손이니 작금의 상황에 대해 어찌 가슴이 아프지 않겠소? 자 보시오. 황제께서 혈서를 써서 밀조를 내리셨소."
역적의 손에서 한나라의 사직을 구하라는 절규와도 같은 명령의 끝에는 여러 충신이 피로써 맹세하며 적어나간 이름들이 있었다.
"이것은 황제의 밀서에 신하들이 이름을 적어나간 연판장이 아닙니까? 황제께서 피로써 호소하고 동 국구(임금의 장인)께서 목숨을 걸고 충신들을 모아 거사를 도모하시는데, 황실의 후손인 이 유비가 어찌 모른 척하겠습니까? 저 또한 이름을 적고 함께 일을 도모해 나가겠습니다!"
유비는 황제의 절절한 심정이 느껴져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속으로는 역심(逆心)을 품고 있지만 명분상으로 항상 황제의 명령을 받들어 제후들을 호령하는 조조는 유비가 넘기 힘든 거대한 산으로 이미 치솟아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조조를 간웅이라 하더니 참으로 간웅이구나. 황제는 이미 황제가 아니다. 오호통재라, 어찌 조조 같은 간웅이 승승장구한단 말인가. 어찌 하늘이 착한 사람은 돕지 않고 조조 같은 자를 돕는단 말인가.'
유비는 울분을 삼키면서도 조조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조조의 경계를 풀기 위해 채소밭이나 가꾸며 소일했다. 병기를 가까이 하지 않으며 대신에 거름통이나 들고 다녔다. 조조가 유비를 불러 술잔을 기울이며 세상의 영웅에 대해서 논할 때도 유비는 어리숙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천둥벼락이 치자 젓가락을 떨어뜨리며 깜짝 놀라는 척을 했다.
'조조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농사나 지으며 보냈는데 불쑥 불러 나를 영웅이라 하다니. 그때 천둥이 치지 않았다면 조조의 뱀 같은 눈을 피하지 못했으리라. 그러나 이제 앞으로 무슨 힘으로 역적을 벌하고 황제를 지켜드리고 한나라를 다시 세운단 말이냐! 나는 조조의 우리에 갇힌 신세가 되어 있거늘.'
유비의 품은 뜻은 컸지만 현실은 따라주지 않았다. 장비, 관우와 같은 용장을 형제로 얻었지만 거사를 도모하는 데 필요한 기반이 유비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군대도, 근거지가 될 땅도 없이 꿈만 꾸고 있는 형국이었다. 가진 재주가 적지가 않아서 잘하면 뭔가 일을 이룰 것도 같은데 결국 또 제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것도 유비 스스로 가장 원수로 여기는 조조의 세력권 안에 말이다. 굴욕이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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