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몽 작가 특별연재-24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7/19 [09:43]

[박은몽 작가 특별연재-24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입력 : 2019/07/19 [09:43]

 지금 실패할지라도
꿈꾼다, 나의 천하를!


언제까지 꿈꿀 수 있을까? 계속해서 실패하고 되는 일이 없을 때 언제까지 그 꿈을 붙잡고 있을 수 있을까? 유비는 그 인내의 무한한계를 보여준다.
황족으로서 한나라 중흥이라는 거대담론을 세상에 제시하면서 큰 포부를 품었지만 현실은 따라주지 않았다. 하는 일마다 실패했고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막강 호적수 조조는 철옹성처럼 건재했다. 싸울 때마다 패전하여 목숨조차 부지하기 힘든 상황에 여러 번 남에게 투항하여 더부살이를 했다. 여포에게 의탁했다가, 역적 조조의 연못에 잠겼다가, 원소 진영에 의탁해야 했다. 그동안 유비는 승승장구 커가는 조조를 씁쓸하게 바라보아야 했다. 거대한 조조의 존재감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원소에게서도 빠져나왔다가 조조군에게 쫓겨 다시 형주의 유표에게 의탁했을 때 유비는 인생의 막다른 골목까지 내몰려 있던 셈이었다.
도원에서 결의한 지 20년도 더 지날 때까지 변변한 근거지 하나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는 동안 청춘의 혈기는 중년의 침착함으로 변하였고 의형제들 간의 뜨거운 의기투합은 밑바닥 인생을 서로 붙잡아주는 따뜻한 눈물이 되었을 뿐 떠돌이 유비라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또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게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한나라 중흥, 역적 조조 타도!'라는 유비의 꿈이었다.

 

1
때가 되면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
잠룡탈출潛龍脫出


유비는 서주에서 조조에게 대패함으로써 형제들과 흩어지고 원소에게 의탁했다. 하지만 형제들을 다시 찾으면서 또다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원소의 연못을 빠져나왔다. 승천을 꿈꾸는 용이 있기에는 원소의 연못 또한 결코 크지 않았다.

원소 밑으로 돌아간 유비는 원소가 조조와 결전을 벌일 때 원소의 밑에 있었다. 조조 진영에서 관우를 내세워 원소가 가장 아끼는 안량을 베어버리자 그 화가 유비에게 미쳤다.
"유비의 형제인 관우가 틀림없습니다. 대춧빛 얼굴에 봉의 눈, 긴 수염을 휘날리고 청풍언월도란 병기를 사용하니 그 사람은 관우가 틀림없습니다."
보고를 받자 변덕스러운 원소는 대노했다.
"유비, 내가 서운치 않게 대했거늘! 조조 놈과 내통을 했음이 분명하다. 유비를 끌어내라!"
"명공! 이것은 틀림없이 조조의 계략입니다. 관우를 내세워 명공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여 이 유비를 죽이고자 하는 것이지요. 조조의 간교한 술책에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나의 장수를 둘이나 죽이지 않았느냐?"
"제 아우 관우는 아직 제가 여기 있는 것을 모를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은밀히 소식을 전한다면 분명히 아우는 한달음에 달려올 것이 분명합니다."
"관우가 온다면 내 안량과 문추의 한을 풀어 주리라!"
"명공! 어찌하여 그리 생각하십니까? 안량과 문추가 사슴이라면 관우는 호랑이와도 같은 용장입니다. 사슴을 잃고 호랑이를 얻는데 어찌 분을 품으시겠습니까?"
"아… 하하하. 그렇지. 내가 관우를 얻는다면 조조 따위는 두렵지 않을 것이다!"
원소는 그릇이 작았다. 유비는 원소를 등에 업고 역적 조조를 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그렇기에 원소의 우리를 빠져나가 역적 조조를 칠 길을 스스로 모색해야 했다.
관우는 유비가 예상한 대로 유비가 은밀히 보낸 사람을 통해 유비의 소식을 듣자마자 조조를 떠나왔다. 그리고 고성이란 곳에 이르러 장비와 재회를 했다. 장비는 고성에서 현의 관리를 내쫓고 말과 군사를 모으고 있었다. 재회하게 된 관우와 장비는 유비를 만나고자 했다.
원소 부중에 있던 유비는 마음이 급해졌다.
"이제 관우와 장비의 행방을 알았으니 우리 삼형제가 다시 만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시 대사를 도모해야 하는데 소인배 원소 밑에 갇혀 있다니… 무슨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곳을 빠져나가 다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유비는 원소를 빠져나갈 기회를 잡고자 했다. 그리고 원소를 설득할 구실을 찾아냈다.
"명공, 조조의 힘이 자못 크니 힘이 될 만한 세력을 찾으셔야 합니다. 형주의 유표는 형주와 양양에 걸쳐 아홉 군을 다스리기 때문에 군사도 많고 곡식과 물자가 풍부합니다. 유표와 손을 잡아야 합니다."
"내 이미 유표에게 동맹을 제의한 바 있으나 유표가 거절했소."
"유표는 저와 같은 한실 종친이므로 제가 직접 가서 설득한다면 분명히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제가 원 공께 받은 은혜를 이번 기회에 갚고자 하오니 보내주시옵소서."
원소는 유비의 속내까지 꿰뚫어보기에는 통찰력이 부족했다. 수하의 책사가 원소에게 은밀히 고했다.
"주공, 유비는 이번에 나가면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보내시면 안 됩니다."
"무슨 소리! 유비는 군자다. 세상이 모두 유비의 인품을 알고 있거늘 왜 의심하느냐?"
조조는 유비가 야심이 있음을 알고 경계하면서도 유비가 인의를 내세우는 위인이니 최소한 속이지는 않을 것이라 믿고 보내주었다가 서주성을 빼앗긴 적이 있었다. 그런데 원소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게 되었다. 유비의 인품을 믿고 보내주었지만, 유비는 돌아가기는커녕 원소의 부중을 떠날 궁리를 한 것이다.
그리고 관우가 유비의 소식을 듣자마자 목숨을 걸고 조조의 땅을 벗어나 달려온 것처럼 유비 역시 동생들의 행방을 알게 되자마자 원소의 부중을 빠져나왔다. 세 사람에게는 도원결의의 뜨거운 피가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포토뉴스
'원더풀 월드' 차은우, 거친 남성미 폭발 첫 스틸 공개!
1/5
특별연재 많이 본 기사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