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몽 작가 특별연재-26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7/26 [16:58]

[박은몽 작가 특별연재-26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입력 : 2019/07/2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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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클수록 자신을 키우는 아픔이 크다
대기만성大器晩成


쉰을 바라보는 유비는 인생의 막다른 골목까지 다다라 있었다. 이제 한나라 중흥을 말하기에도 부끄러운 처지였다. 더 이상 의탁할 곳도 없었다. 마지막 그곳에서 또다시 죽음의 위기를 겪는 순간에서야 유비는 마지막 희망을 발견했다.

조조가 원소의 잔당을 제거하고 북방을 완전히 통일해 나가는 동안 유비는 형주의 유표에게 의탁해 세월을 보냈다. 유표는 자신에게 의탁해온 유비를 피붙이로서 예우해 주었지만 얹혀사는 떠돌이 신세라는 건 변함이 없었다. 유비는 유표를 설득해 조조를 토벌해 보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형님, 조조는 지금 원소의 잔당을 제거하고 북방을 통일하느라 허도를 비워 놓고 있습니다. 이때야말로 허도를 쳐서 조조를 무력화시킬 기회입니다."
"아우, 이 풍요로운 형주의 땅만으로 나는 넉넉한데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조조가 내 땅을 넘본다면 나가 싸워야겠지만 굳이 천하의 일에 내가 끼어들 생각은 없다네."
유표는 야심 같은 건 없고 그저 자신의 기름진 땅 형주를 다스리는 데에 만족하는 인물이었다. 유표의 고민은 천하가 아니라 오히려 집안일에 있었다. 어느 날 유표가 유비를 은밀히 불렀다.
"실은 내가 아우에게 의논할 일이 있다네. 내게는 전처의 소생인 장남과 후처 채 씨에게서 낳은 둘째 아들이 있는데, 장남이 유약해서 말일세. 더구나 채 씨는 자신의 아들로 후계자를 삼아야한다고 날이면 날마다 나를 조르고 있다네. 어찌하면 좋겠는가?"
"형님, 원소가 왜 패망했는지 아십니까? 집안의 법도인 장남을 무시했기 때문이지요. 원소가 망한 건 조조뿐만이 아니라 아들들 간의 세력다툼 때문이었지요."
"음…."
천하의 일에는 관심도 없이 오로지 집안일 때문에 머리가 복잡한 유표를 보고 있자니 유비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유표 아래서 벌써 몇 년이 흘렀건만 아무 일도 도모하지 못한 채 집안 전투나 보고 있는 신세가 한탄스러웠다. 유비는 잠시 술자리에서 나와 뒷간에 갔다가 문득 자신의 허벅지를 들여다보았다.
"이 넓적다리에 살이 붙은 것 좀 보게나…내 나이 이제 쉰을 바라보는데 남의 땅에 얹혀살며 눈치나 봐야 하는 신세라니…."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다시 술자리 돌아가니 유표가 물었다.
"아니 자네 웬 눈물 자국인가?"
유비는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 유비, 하는 일 없이 세월만 보내다 보니 넓적다리에 살이 붙었습디다. 세월은 흐르는데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으니 어찌 한탄스럽지 않겠습니까? 황제께서는 오늘도 조조의 발아래에서 능멸을 당하고 있는데, 한나라가 망해가는데… 내가 무능하여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흐흐흑!"
이처럼 유비는 모든 관심이 천하의 일과 조조에게 있었지만 정작 유표와 후처 채 씨 일당 사이에 끼어서 채 씨 일당의 미움을 사게 되었다. 후처 채 씨는 자신의 아들을 후계자로 세우는 일에 차질이 생길까 봐 유비를 탐탁치않게 생각했다. 유표와 술자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눈 그날 밤 유비는 채 씨 일당의 손에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비는 유표가 병이 나서 자리에 누웠을 대 유표 대신 양양의 잔치에서 손님 접대를 맡게 되었다. 유비는 채 씨 일당의 음모가 있을 것이 염려되었지만 유표의 청을 거절하기도 힘들어 조자룡과 약간의 병사들을 대동하고 양양으로 갔다. 손님들과 더불어 술자리가 시작되자 무장들이 조자룡에게도 술을 권했다.
"사양하겠습니다."
경호를 맡은 조자룡은 술을 마다했으나 오히려 유비가 권했다.
"자룡아, 분위기를 보아하니 위험할 것도 없어 보이고 자네가 칼을 차고 근엄하게 서 있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불편이 될 터이니 편안하게 한잔하게나. 너무 사양하는 것도 예의가 아닐세."
유비의 말에 조자룡도 무장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 한창 술자리가 무르익어갈 무렵 한 사람이 유비에게 급히 달려왔다.
"유황숙, 채모가 군사를 매복시키고 유황숙을 암살하려고 합니다. 이미 채 씨 군사들이 깔렸으니 어서 도망가십시오."
"뭐라고?"
유비는 당황하여 급히 말에 오르며 생각했다.
'또 어디로 도망을 간단 말이냐?'
그러나 이런저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채모가 병사들을 이끌고 유비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유비 이놈아, 게 섰거라!"
정신없이 쫓겨 가던 유비는 어느새 막다른 곳까지 가버렸다. 절벽이 나타났는데 절벽 아래의 물은 물살이 세고 깊기로 유명한 '단계(檀溪)'였다. 앞에는 낭떠러지 계곡 물이 흘러가고 뒤에는 채모의 군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유비는 무리하게 건너편 절벽으로 건너려다가 그만 물속으로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첨벙대는 말 위에서 유비는 한탄했다.
"적로야 적로야, 네가 결국 나를 죽이려는구나. 이렇게 허망하게 죽으려고 그토록 간절하게 꿈꾸고 노력했던가."
유비가 타고 있는 말은 눈 아래 눈물받이가 있고 머리에도 흰 점이 있어서 적로(的盧)라 불렀는데, 주인에게 재앙을 초래하는 마상(馬相)이라 불렸다. 그러나 유비는 천명이 하늘에 있다며 말의 상을 개의치 않고 타고 다녔던 터였다. 그런 적로를 타고 계곡 물에 빠지니 유비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지나는 듯 공포를 느꼈다.
유비가 첨벙대는 말에게 정신없이 채찍질을 해댔는데 그 순간 말이 힘차게 울고 요동치더니 네 다리를 쭉 펴고 한달음에 절벽으로 뛰어올랐다. 말 위에서 유비는 꿈을 꾸는 듯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직 내게 살아야 할 일이 남아 있는 게 아닌가. 살아남아 이뤄야 할 공업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늘은 아직 나를 버리지 않았다, 어둠의 터널이여 어서 끝나라! 내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 조조 기다려라!"

 

비육지탄
髀肉之嘆


넓적다리에 살이 붙음을 탄식하다. 성공의 때를 얻지 못하고 허송세월만 보내는 것을 탄식한다는 뜻이다.
20여 년 동안 떠돌이 생활을 하던 유비는 어느 날 자신의 넓적다리에 살이 올라 있는 것을 보고 탄식했다.
"허송세월하는 동안 허벅지에 살만 올랐구나. 이미 늙어 가는데 아직도 나라에 아무런 공도 못 세웠으니 어찌 한탄스럽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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