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몽 작가 특별연재-28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8/06 [08:49]

[박은몽 작가 특별연재-28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입력 : 2019/08/0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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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면 놓치지 마라
유비루루劉備淚淚

 

유비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었다. 그것은 자존심이나 권위가 아닌 진심을 내세우는 겸허함, 상대방을 지배하려 하기보다는 섬기려 하는 지혜로운 처세에서 나오는 힘이었다. 제갈공명을 만난 유비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재를 잡기 위해 뜨거운 눈물로 호소했다.

인재를 갈망하던 유비는 형주에 있는 인재 중에 서서라는 사람과 인연이 닿아 자신의 군사로 삼았다. 서서는 유비가 처음으로 맞아들인 책사였고, 조조의 순욱이나 정욱에 비견할 만한 인재였다. 그러나 서서와의 인연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를 알게 된 조조가 서서의 어머니를 잡아두었다는 거짓 협박 서신을 보내어 서서를 허도로 끌어들인 것이다. 모처럼 인재다운 인재를 들여서 빛을 보려 했던 유비는 절망에 빠져 잡고 싶었지만 잡을 수가 없었다. 서서가 떠나는 날 유비는 멀리까지 배웅을 나갔다.
"내가 복이 없어 그대 같은 인재를 얻지 못하고 이렇게 보내게 되었구려."
서서도 울면서 대답했다.
"주공, 베풀어 주신 은혜도 갚지 못한 채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조조에게로 가야 한다니 한스럽습니다. 그러나 조조에게 가더라도 조조를 위한 계책은 단 하나도 내놓지 않겠습니다."
두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헤어졌다. 서서는 울면서 말을 달려나갔다. 유비는 서서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소리를 질렀다.
"여봐라, 이 나무를 모조리 베어버려라. 나무에 가려 서서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숲 사이로 사라졌던 서서가 다시 말을 타고 달려왔다.
"주공, 제가 황망하여 중요한 것을 잊었습니다. 양양에서 20리 떨어진 융중이란 곳의 산중에 천하제일의 인재가 은거하고 있습니다. 그 인재를 얻는다면 주공의 큰 포부도 실현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재주가 서서 자네와 비교하면 어떤 수준이요?"
"주공, 그 사람과 저는 비교할 수도 없습니다. 제가 땅이라면 그는 하늘이요, 제가 까마귀라면 그는 봉황과도 같습니다."
"그런 인재가 있단 말이오? 그의 이름이 무엇이오?"
"그의 성은 제갈, 이름은 공명이라 합니다. 사람들은 그를 와룡(臥龍)선생이라 하지요."
"와룡!"
유비는 그 이름을 잘 알고 있었다. 수경 선생이 말한 천하 양대 인재 중의 한 사람 와룡. 만난 적은 없지만 하도 그 이름을 가슴에 새기고 또 새기어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지기의 이름처럼 선명한 이름이었다. 서서의 어머니는 아들이 밝은 주인을 버리고 역적에게 달려온 것에 격분하여 자결해버리고 서서는 평생토록 조조를 위한 계책은 하나도 내지 않았다.
서서가 떠나간 후 유비는 혼자 남아 와룡을 생각했다. 마치 잠에서 깬 듯 정신이 맑았다. 가슴에 뜨거운 포부만 있을 뿐 좌충우돌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던 자신의 인생이 안갯속에서 서서히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듯했다. 수경 선생은 "와룡의 재주는 주(周)나라를 일으키게 한 강자아(姜子牙, 강태공)나 한나라를 부흥케 한 장자방(張子房, 장량)과 같은 인물에 비할 수 있다"고 했다. 유비는 설레는 마음으로 제갈공명을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에 다시 한 번 기대를 품었다.
"마지막 기회가 아닌가. 나이 쉰을 바라보는데 이젠 형주 이곳에서도 채 씨 일당 때문에 쫓겨날 판이다. 더 이상 떨어질 나락도 남아 있지 않다. 나는 이미 바닥을 쳤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해보자. 와룡을 잡아야 한다. 내 모든 것을 걸고 와룡을 잡아야 한다."
유비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관우, 장비를 대동하고 와룡을 만나기 위해 융중을 향했다. 가을 산이 아름다웠다. 말을 타고 수십 리를 가는 동안 유비는 와룡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마치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긴장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와룡의 오두막을 찾아갔지만 와룡은 없었다.
"오늘 아침 일찍 나가셨습니다. 거취가 일정하지 않으셔서 어디로 가셨는지 언제 돌아오시는지 알 수 없습니다."
"돌아오시거든 유비가 찾아왔었다고 말씀 올려주시오."
허탕을 친 유비는 신야로 돌아와 사람을 시켜 융중의 소식을 알아보며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와룡이 돌아왔다는 보고를 받고 다시 길을 나설 채비를 했다. 이미 겨울이 되어 날이 추워지고 있었다. 눈바람을 뚫고 수십 리를 가서 와룡의 오두막에 당도했다. 안에서 글을 읽는 청아한 목소리가 들렸다. 동자의 안내를 받아 들어갔는데 와룡은 없고 와룡의 동생만 앉아서 시를 읊고 있었다. 유비는 또 와룡을 만나지 못한 채 긴 편지만을 그 자리에서 써 두고 신야로 돌아왔다.
해가 바뀌고 봄이 왔다. 유비는 다시 길일을 택하여 길을 나설 채비를 했다. 관우, 장비가 반대했다.
"그런 서생 나부랭이 때문에 뭐하러 세 번씩이나 찾아갑니까? 형님이 다녀간 걸 알면서 찾아올 줄도 모르는 무례한 사람입니다. 어쩌면 자기 재주에 자신이 없어 못 나서고 있는 위인인지도 모릅니다."
유비는 호통을 쳤다.
"너희는 주나라 문왕이 강자아를 직접 찾아간 일을 알지 못하느냐?"
마치 제사라도 지낼 것처럼 온갖 정성스런 마음과 자세를 갖추어 융중을 찾아갔다. 세 번째의 방문. 이번에는 와룡이 있었다. 그러나 초당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고 했다. 유비는 깰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오랜 시간을 초당 밖에서 마치 보초를 서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답답해진 장비가 화가 나서 제갈공명이 자는 방 밖에다 불을 질러 제갈공명을 깨웠을 정도였다. 그제야 잠이 깬 제갈공명은 옷을 갖춰 입고 나와 유비를 맞이했다. 관옥같이 흰 얼굴, 훤칠한 키, 학처럼 조용하고 기품 있는 행동거지, 그리고 낮지도 높지도 않은 목소리, 형형한 빛이 서린 눈매. 그것이 스물일곱 살의 제갈공명의 모습이었다. 그는 여러 차례 유비를 피하며 자신의 운명을 저울질했지만, 유비는 여러 차례 공명을 다시 찾아가며 자신의 운명을 열어보고자 했다.
두 사람은 천하의 일을 함께 논했다. 공명은 실로 청산유수와 같은 말들을 쏟아내다가 이렇게 다음과 같은 일성으로 유비의 가슴을 울렸다. 남은 일생 유비의 가슴에 선명하게 살아 있을 제갈공명의 융중지책, 바로 '천하삼분계'였다.
"천하의 반은 이미 조조의 것입니다. 나머지 중의 반은 이미 강동 손권의 것이 되어 있지요. 북방을 가진 조조는 강동까지 다 가지려고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 틈바구니에 형주의 유표가 있지요. 형주는 조조에게도 손권에게도 아직 먹히지 않은 천하의 중심입니다. 유황숙께서는 이곳 형주에서 시작하여 서천까지 도모하십시오. 그렇게 힘을 길러 천하를 도모하는 것입니다. 이름하여 천하삼분(天下三分)의 계(計)! 형주, 서천으로 먼저 삼각의 균형을 이루고 훗날 허창을 친다면 대업을 이룰 수 있고 천하가 안정될 것입니다!"
"천하가 안정된다?"
"그렇습니다!"
유비는 천천히 일어나 공명의 앞에 서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공명 선생, 이 유비를 도와주시오. 나는 그대와 비슷한 나이였을 때 관우, 장비 형제들과 결의하여 지금까지 20여 년간 수없이 분투했지만, 천하의 이치를 깨친 인재를 얻지 못하여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소. 이 유비, 한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버릴 수 있으나 그대와 같은 인재를 얻지 못한다면 한나라의 백성들을 구할 수 없소."
유비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유… 황숙…."
"부디 나를 도와주시오. 나를 도와 한나라 중흥을 위해 힘써 준다면 공명 선생을 이 유비의 평생의 은인이자 스승으로 섬기겠소!"
그 순간 유비는 천하제일의 인재를 얻고 공명은 드디어 주인을 얻었다. 10년 넘게 자연에 묻혀 은둔생활을 하며 천하의 이치와 학문을 공부하며 섬길 만한 주인을 기다리던 와룡은 20년 넘게 못 속에 갇혀 승천할 때만 기다리던 잠룡 유비를 만나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같은 하늘을 꿈꾸며 두 손을 굳게 맞잡았다.

 

삼고초려
三顧草廬


인재를 얻기 위해 세 번 찾아갈 정도로 인내하며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제갈공명의 산중 오두막을 세 번씩이나 찾아간 데서 유래했다.
제갈공명의 정치적 식견과 천재성을 알게 된 유비는 세 번이나 찾아갔고 제갈공명에게 몸을 굽혀 눈물로 호소함으로써 10년 동안 세상에 나오지 않고 살던 천하제일의 인재를 얻을 수 있었다.
제갈공명과의 만남은 유비 인생 최대의 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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