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몽 작가 특별연재-33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8/27 [08:49]

[박은몽 작가 특별연재-33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입력 : 2019/08/27 [08:49]

 맞받아 싸우기보다는 지혜를 써라
지존결전至尊決戰

 

유비에게 제갈공명이 있다면 손권에게는 주유가 있었다. 패기만만하고 자존심이 강한 주유는 자기보다 더 뛰어난 지혜와 식견을 갖춘 제갈공명을 질투한 나머지 증오했다. 동맹 관계에 있었지만 그것은 서로에게 적과의 동침임을 잘 알고 있었다. 주유는 제갈공명과의 지존결전을 벌였다.

주유는 강동의 인재였다. 무예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지혜가 출중하여 강동자제 최고의 인재였다. 그런데 주유는 조조와의 결전을 시작하기도 전에 제갈공명을 제거할 궁리를 했다. 노숙은 그런 주유를 만류했다.
"적을 앞에 두고 힘을 합해야 하는 이 절대절명의 때에 제갈공명을 제거한다면 우리 동오에 화가 될 것이오."
그러나 주유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이라 자기보다 뛰어난 지략을 가진 제갈공명에 대한 질투와 상처 입은 자존심 때문에 호시탐탐 제갈공명을 제거할 기회를 노렸다.
주유는 제갈공명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다가 명분을 만들어 그를 죽이고자 했다. 하루는 주유가 공명을 막사로 불러 말했다.
"공명선생, 수전에 있어서는 화살이 제일 중요하지 않겠소? 그런데 우리 군중에는 화살이 부족합니다. 화살 10만 개를 만들고자 하는데 선생께서 이 일을 책임지고 맡아 주셨으면 합니다."
"좋습니다. 대도독의 명이니 따라야죠. 언제까지면 되겠습니까?"
"열흘입니다."
열흘은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공명은 이렇게 말했다.
"조조가 언제 침략해 올지 모르는데 열흘씩이나 끌면 되겠습니까? 사흘 만에 하겠습니다."
"뭐라고요?"
주유는 깜짝 놀랐다. 도대체 공명의 속셈을 알 수 없어서 주유는 답답하기도 했다. 공명은 사흘 내에 하지 못한다면 군령에 따라 목을 내놓겠다고 군령장까지 썼다. 그리고 하루, 이틀이 가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평소처럼 지냈다. 주유는 그런 공명을 유심히 관찰했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속이란 말인가? 사흘 내에 하지 못하면 목숨이 위태로운 것을 잘 알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사흘 내에 화살 10만 개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야. 그런데도 저렇게 자신 있어 보이는 걸 보면 무슨 방법이 있는 모양인데, 도대체 그 방법이 무엇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공명은 화살을 만드는 대신 노숙에게 부탁하여 스무 척의 배, 그리고 배마다 30명가량의 군사와 짚단 다발을 양쪽에 쌓아서 준비해 놓도록 했다. 사흘째 되는 날 밤에 공명은 노숙을 불러 함께 배를 타고 강으로 나가기를 청했다.
"노공, 함께 화살을 가지러 갑시다!"
"아니 도대체 어디로 가서 구해온단 말입니까?"
공명은 노숙과 함께 배에 올랐다. 노숙은 제갈공명이 주유의 꾀에 넘어가 죽게 될까 봐 전전긍긍한데 공명은 그저 웃으며 차를 마실 뿐이었다. 강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 잘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가더니 병사 하나가 보고했다.
"군사, 이제 조조 수채 진영의 사정권 안에 들어왔습니다!"
공명은 조용히 명을 내렸다.
"모두 북을 크게 두드리고 곧 공격할 것처럼 고함을 질러대라!"
"아니 공명 선생, 조조가 반격해 오면 어쩌려고 그러시오?"
"하하하! 조조는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이 짙은 안갯속으로 절대 군사를 보내지 않을 겁니다. 더구나 조조는 수전에는 약하니 가만히 수채에 서서 화살만 쏘아대겠죠."
조조 진영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그러나 전선은 나오지 않고 화살만 빗발치듯 공명 일행을 향해 쏟아졌다. 공명이 말했다.
"됐다. 배를 반대편으로 돌려라!"
공명이 다시 병사들에게 북을 더욱 크게 두드리고 함성을 지르게 하자 조조군은 흥분하여 화살을 더 많이 퍼부어댔다. 공명이 끌고 나온 20척의 배 양쪽으로 실린 짚단이며 풀 다발에 고슴도치 등처럼 빼곡하게 화살이 꽂혔다. 공명이 지시했다.
"자, 이렇게 외쳐라. 조 승상님, 화살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
"조 승상님, 화살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명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유유히 강가로 돌아왔다. 조조보다 더 놀란 것은 노숙이었다. "공명 선생… 참으로 대단한 책략이시오. 그런데 어찌 안개가 낄 것을 예측했소?"
"후후… 군사로서 천문에 통달하지 못하면 어찌 군을 이끌어 나가겠소? 이 공명은 융중에서 10년 공부하는 동안 천문, 지리, 음양을 함께 연구하여 통달하였지요."
"…그대는 마치 신인(神人) 같구려…."
노숙은 그 순간 공명과 같은 사람을 가지고 있는 유비마저 두려워졌다. 안개가 걷힐 무렵 배들이 강가에 닿았고 병사들은 모든 화살을 뽑아 계수했다. 그리고 공명은 화살을 모두 정리한 것을 이끌고 주유 앞에 나섰다.
"말씀하신 10만 개를 족히 넘을 만한 화살입니다."
주유는 감히 넘어설 수 없는 지략의 내공을 제갈공명에게서 느끼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일단 신경전을 멈추고 어떻게 하면 조조를 칠 수 있을까를 의논하기 시작했다.
"공명, 내 생각에 저 막강한 규모를 자랑하는 조조의 대군을 치기 위한 방법은 딱 한 가지밖에 없소."
"아 그러십니까? 마침 저도 한 가지 묘안이 생각났던 참입니다."
"그렇소? 천기는 쉽게 누설할 수 없는 것이니 우리 각자의 손바닥에 써서 동시에 펼쳐 보이도록 해봅시다."
두 사람은 지필묵을 가져오라 하여 각자 자신의 손바닥에 한 글자씩 썼다. 그리고 잠시 후에 서로의 눈을 매섭게 노려보며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거기에는 '火(불 화)'라고 선명하게 똑같이 쓰여 있었다.
"하하하, 공명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구려."
"지금 조조를 칠 수 있는 것은 오직 불, 화공밖에 없습니다!"
천하제일을 다투는 제갈공명과 주유가 생각해 낸 것은 화공이었다. 손권의 사람 주유와 유비의 사람 제갈공명은 막강한 브레인을 바탕으로 동맹관계를 구축하여 천하의 흐름을 바꿀 운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짙푸른 장강은 소리 없이 흘러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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