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몽 작가 특별연재-41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기사입력 2019/10/02 [08:45]

[박은몽 작가 특별연재-41호] 「유비의 심장에 조조의 열정을 더하라」

우리 시대 청춘을 위한 삼국지

박한진 발행인 | 입력 : 2019/10/0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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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다
유비본색劉備本色

 

한중왕이 된 유비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야망을 드러냈다. 오나라가 관우를 죽인 일은 그런 유비에게 결정적인 명분을 만들어 준 셈이었다. 동오정벌은 모두가 말리는 전쟁이었지만 '관우복수'라는 명분을 내세운 유비는 야망을 향해 물러서지 않았다.

유비의 침공을 예상한 손권은 위의 황제가 된 조비에게 신하임을 자처하며 관계를 돈독히 하려 했고 조비는 그런 손권에게 왕호를 내렸다. 손권이 오왕이 된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비가 그동안 길러온 모든 병력을 총동원하여 동오의 땅을 향해 진격해 왔다. 작정하고 덤비는 유비의 군대는 가는 곳마다 승리를 거두었고, 그 위세가 자못 하늘을 찌를 듯해서 강동 곳곳을 초상집으로 만들었다. 강동사람들은 관우를 죽인 일을 한스러워하면서도 강동자제들은 속수무책으로 유비군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수세에 몰린 손권은 관우와 장비의 죽음에 대해 애도를 표하며 화친을 청하였고 함께 힘을 합쳐 역적의 나라 위나라를 치자고 청하였으나 유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손권의 목을 치기 전에는 군사를 물리지 않으리라!"
형주, 서천을 얻은 후 백전백승을 거듭해온 유비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져 있었고 자신보다 세가 약한 손권의 동오쯤은 한순간에 먹어버릴 수 있다고 믿었다. 동오를 평정하면 그 세력과 군대가 더욱 커지니 위나라를 치는 일도 더 쉬워질 수 있었다. 손권과의 동맹 없이도 혼자의 힘으로 천하 통일을 이룩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폐하! 손권이 육손이란 자를 새로이 대도독으로 임명했다고 합니다."
"육손? 처음 듣는 이름이구나."
"육손은 손권의 사위인데 서생 출신으로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젊은 사람입니다."
"그따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애로 감히 이 유비를 대적하려 하다니. 손권의 마지막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유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폐하, 손권은 지난날 적벽대전에서 주유라는 인재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었고 그 후에는 노숙을 내세워 강동을 이끄는 등 인재를 부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런 손권이 지금처럼 동오가 위급에 처한 시점에서 육손을 썼다면 무언가 이유가 있을 테니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마량이 진언했지만 유비는 오히려 화를 낼 뿐이었다.
"뭐라! 한평생 전쟁터를 누빈 짐인데 그따위 새파란 서생을 못 당하겠느냐?"
동오의 신임 대도독 육손은 부임한 이후에도 이렇다 할 반격을 하지 않고 수비에만 치중한 채 시간을 끌 뿐이었다. 유비는 더욱 육손을 얕잡아 보게 되었다.
"그것 봐라. 육손이란 자는 전쟁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두려워서 감히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동오의 땅이 내 것이 되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원정길에 나온 지 수 개월이 흐르자 유비의 군대는 서서히 예봉이 가라앉고 지쳐가고 있었다. 동오의 군사들이 몸을 빼며 전투에 나서지 않은 채 시간을 끌자 쉽사리 동오정벌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동오 땅에 뜨거운 무더위가 찾아왔다. 허허벌판에 진을 치고 있어서 병사들이 무더위 때문에 전염병이 돌고 고충이 늘어가자 유비는 진채를 산과 숲으로 옮기기로 했다.
"동오가 겁을 먹고 전투에 응하지 않으니 차라리 그늘이 있는 숲으로 들어가 여름을 난 후 가을이 오면 일시 돌격하여 결판을 내야 하리라."
유비는 강을 끼고 옆으로 7백 리에 걸쳐 골짜기와 개울과 수풀이 무성한 곳에 40여 개의 진채를 세웠다. 유비의 신하인 마량이 다시 나섰다.
"폐하, 제갈공명 승상께서 위의 침입에 대비하고자 서천의 성도에서 한중으로 와 계시다 합니다. 여기서 그리 멀지 않으니 새로 옮기는 진채의 모든 곳을 그려서 승상에게 보여 보심이 어떠하겠는지요?"
유비는 마량의 진언에 또 고개를 저었다.
"짐 또한 병법을 깊이 알거늘 굳이 승상에게까지 보내어 물어볼 필요가 있겠는가?"
모든 일을 제갈공명에게 물어 행하던 이전의 유비답지 않은 말이었다. 평생의 은인이요 스승으로 섬기겠다던 융중에서의 맹세를 유비는 조금씩 잊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마량이 다시 한 번 간곡히 청하자 하는 수없이 그리하라고 허락했다. 마량은 즉시 진채가 자리 잡은 모습을 그려 제갈공명에게로 한달음에 달려가서 보고했다. 진채의 도본을 심각한 표정으로 들여다본 제갈공명이 화를 내며 탁자를 탁하고 내리쳤다.
"마량, 도대체 누구요? 이런 진채를 치도록 폐하께 고한 자가 누구란 말이요? 당장 그자의 목을 베어야 할 것이오!"
마량은 머뭇거리다가 답했다.
"승상….그 진은 폐하께서 직접 하신 것입니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으시고 말입니다."
"오호통재라…. 폐하께서 서천에서부터 한중까지 승승장구하시더니… 혜안이 흐려지셨구나. 이제 촉한에게 허락된 천시(天時)도 다 되어가도다!"
"스… 승상. 어찌 그러십니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요?"
"이 무더위에 마른 숲을 따라 7백 리에 걸쳐 진을 쳤으니 적이 화공을 쓴다면 무슨 수로 빠져나오겠냐는 말이오! 육손 그 서생이 바로 이것을 노리고 무더위가 올 때까지 전투를 피하면서 시간을 끌었던 것이오!"
"화공! 적벽에서 썼던 그 화공 말입니까?"
마량은 창백한 얼굴로 급히 출발했다. 조금만 늦어도 촉한과 유비의 운명이 달라지는 위급한 순간이었다. 오랜 시간 때를 기다려 기회를 잡았던 유비는 10년 동안 승승장구하다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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