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21호] 손용헌 목사의 『네가 왜 거기 있느냐』

손용헌 목사의 신앙간증집

박한진 발행인 | 기사입력 2023/01/13 [09:48]

[특별연재-21호] 손용헌 목사의 『네가 왜 거기 있느냐』

손용헌 목사의 신앙간증집

박한진 발행인 | 입력 : 2023/01/13 [09:48]

 2.투병생활

1) 시력을 잃게 되기까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시에 실패하여 재수의 길을 택했다. 재수를 하는 동안 대입 시험을 앞두고 시력에 이상이 왔다. 당시는 서울에서 법대 진학을 목표로 고려대학교 앞 독서실에서 학업에 몰두하던 때였다.
어느 날 갑자기 눈에 물방울 같은 것이 생기면서 눈이 부셔서 도무지 태양을 볼 수가 없었다. 시력이 갑자기 떨어져 주변이 식별이 안 될 만큼 어두워지고, 몸살이 심하게 왔다. 서둘러 당시 이름이 잘 알려져 있던 공안과에 갔다. 여러 전문의가 진찰을 했으나 병명이 확실하지 않았고, 원인도 몰랐다. 혹시 내과 쪽의 이상 때문일지도 모르니 내과 병원에 가서 몇 가지 검사를 하라고 했다.
내과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으나 아무런 병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 안과에서 계속 치료를 받았으나 시력은 점점 나빠졌고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2) 귀향과 투병생활

서울에서 치료가 불가능하여 고향으로 내려왔다. “금의환향 바랐더니 남의낙향 웬말인가. 보는 이들 탄식하며 끌끌 혀를 차며 탄식하네.”
고향으로 내려와 그때부터 백방으로 수소문하여 고명한 의사, 특효가 있다는 안약, 소문난 선생들을 찾아가기도 하고, 왕진을 청하여 치료도 받아 보았다. 계룡산 도사라는 분도 왕진했다. 상투를 틀고 망건을 쓰고 도포를 입은 도사였는데, 그의 음식은 밥과 동치미와 냉수가 전부였다. 허나 도사도 역시 치료와는 거리가 멀었다.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았으나 시력은 회복되지 않았고 안타까운 세월만 흘러갔다. 그 사이 시력은 점점 나빠져서 거의 실명 상태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사람이 병에 걸리면 의지도 약해지고 귀도 얇아진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다. 눈에 좋다는 약이란 약은 다 써보았고 눈에 좋다는 모든 일도 다 해보았다. 심지어 무당을 데려다가 굿판도 여러 차례 열어 보았다. 먼 일가뻘 되는 분 중에 박수무당이 한 분 있었는데, 그가 굿을 하면 낫는다 하여 우리 집에 와서 굿판을 벌였다. 중년의 박수였는데 나보고 대부라고 불렀다. 나이는 나보다 많았으나, 우리 항렬이 그보다 높았던가 보다.
어쨌거나 우리는 무엇이든 그가 하라는 대로 다했다. 그는 밤중에 우리 동네에서 가장 높은 산 용두봉으로 나를 데리고 올라갔다. 낫기만 한다면야 한밤중이면 어떻고, 무서운 게 무슨 대수며, 산 높은 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높은 산이었지만 어려운 줄도 모르고 올라갔다. 정상쯤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나를 옆에 앉혀 놓자 어머니도 그 옆에 앉았다. 그가 시키는 대로 두 손을 합장하고 무릎을 꿇고 앉아서 시키는 대로 따라 했다. 용두봉 꼭대기에서 소위 굿판을 벌인 것이다.


무슨 철판이 부딪히는 굉음과 함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로 한참 동안을 누구에겐가 고해 바치는 것 같았다.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알 재간은 없었으나, 내 손이 사시나무 떨듯 마구 흔들려야 한다는데 도무지 흔들리지 않는다고 연신 고하면서 얼마쯤 후에 합장한 내 손을 그의 손끝으로 약간 건드려 흔들리도록 해놓았지만 처음에만 약간 흔들렸을 뿐 금방 멈추고 말았다.
박수는 박수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았으나 뜻대로 안 되는지 몇 시간 동안 기를 쓰다가 결국 집으로 내려오고 말았다. 정말 귀신에게 홀린 듯한 얼떨떨한 기분으로 산을 내려왔지만 끝내 시력은 회복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박수가 나에게 다녀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눈이 멀고 말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들은 것이 전부였다.
그 후에 또 다른 용한 박수무당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불러들여 굿을 벌였다. 자기가 굿을 하면 틀림없이 시력이 돌아올 것이라 장담하고 굿판을 벌였다. 그러나 그 역시 아무런 효험도 보지 못하고 신소리만 치다가 돌아가고 말았다. 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번에는 그 박수가 아니라 그의 친형이 시력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그 후로도 인근에 소문난 처녀 무당을 불러다가 장장 1주일 동안 굿판을 벌였다. 그녀는 젊은 처자였는데 약 23세 정도로 보였고 뚱뚱한 편이었으며 우렁찬 목소리를 가진 여성이었다. 그녀는 자기가 이전에 교회를 다녔었다고 묻지도 않는 말을 했다. 독실한 신자는 아니었고 단지 교회에 얼마간 다녀 본 사람이었던가 보다. 그녀의 할머니가 무당이었는데 그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느 날 할머니 산소에 갔다가 신이 내려서 무당이 됐노라고 했다. 당시에는 꽤나 소문난 무당이어서 그런지 나를 보고 큰일 할 사람이라는 둥 아는 체를 많이 했다.


그녀가 1주일 간이나 우리 집에 유숙하면서 굿판을 열었지만 내게는 아무런 차도가 보이지 않았고 마음만 더 초조해질 뿐이었다. 다만 이 처녀 무당도 우리 집에서 굿을 한 다음 또 무슨 일이나 당하지 않았는지 궁금했고 염려가 되었다.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날이 갈수록 몸만 점점 쇠약해져 갔다. 온 집안은 초상집 같은 침통한 분위기였고, 그런 상태는 3년여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부모님은 자식의 병을 고치기 위하여 혼신의 힘을 쏟아 부으셨다. 좋다는 것은 무엇이건 다 해보았고, 좋다는 약은 다 구해 오셨다. 이름도 모르는 희귀한 약도 많이 먹이셨고, 특효약이라는 이상한 고약도 많이 발라 주셨지만 도무지 차도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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